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출구 1
허새로미 지음 / 봄알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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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8.14.

책으로 삶읽기 1128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허새로미

 봄알람

 2021.2.28.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를 돌아본다. 고단할 수밖에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기애 고단할 수 있지만, 안 고단한 집에서 태어나기에 안 고단하지 않다. 어느 집에서 태어나건 이제부터 스스로 나아갈 길을 그리면서 한 발짝씩 떼면 된다. 풀씨는 길바닥 틈새에 씨앗이 깃들어도 뿌리를 내려고 줄기를 올리고 꽃을 피운다. 풀씨는 외진 풀밭이나 숲만 반기지 않는다. 어느 곳이든 스스로 푸르게 싹틔우고 자라면서 스스로 밝히고 둘레를 품는다.


글쓴이 스스로 ‘서울에서 목돈을 만지며 멋부리는 겉삶’을 거머쥐려고 하는 틀을 버리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굴레는 단단하게 마련이다. 글쓴이하고 나란히 ‘서울에서 목돈을 만지며 멋부리는 겉삶’으로 달려갈 ‘특목고 아이들’한테 불늪(입시지옥)을 이끄는 동안 무슨 꿈이 있을까? 사람이 궁금하고 사랑이 궁금하며 숲이 궁금해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서슴없이 묻는 아이들이 아닌 ‘불늪 아이들’만 마주한다면, 아이한테서 사랑을 배우면서 눈뜨는 길을 아예 모르게 마련이다.


한자말 ‘부모’를 뒤집어서 ‘모부’로 쓴대서 이 나라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더 피튀기게 싸운다. 우리말 ‘어버이’를 쓰면 어깨동무로 천천히 나아간다. 생각해 보라. 우리말 ‘어버이’는 ‘어머니 + 아버지’인 얼개이다. 그냥 우리말을 수수하게 쓰면 언제나 스스럼없이 어깨동무(성평등)이다. 꼰대도 꼰대가 아닌 사람도, ‘어머니’를 앞에 놓는 우리말 ‘어버이·가시버시’ 같은 수수한 낱말부터 바라볼 노릇이다.


먼발치에서 보려고 하니, 구름만 잡으려고 하니, 삶이라는 이 땅을 놓치거나 못 보거나 안 본다. 꽃과 나무와 짐승을 가리킬 적에 쓰는 우리말 ‘암수’도 가시내를 앞에 둔다. 우리는 ‘암꽃수꽃’처럼 말할 뿐이다. ‘수꽃암꽃’이라 말하지 않는다. 이 얼거리를 차분히 읽고서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비로소 모든 삶길을 새롭게 알아보면서 눈뜰 수 있겠지.


ㅍㄹㄴ


나이를 먹으며 서울대에도 못 갔고 가문을 빛낼 무언가가 될 가망도 점점 사라져갔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이름이나 숫자를 지니지 못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그나마 내가 버는 돈의 액수로 엄마를 감동시키고 압도하고 싶은 마음이 정직하게 커져갔다. 10쪽


나는 강의 계획을 세우고 사람들을 만나고 집들이 선물을 사며 멀쩡한 사람 역할을 겨우겨우 해내고 있었지만 해가 떨어지만 또 죽고 싶었고 술을 많이 마셨다. 맨정신으로는 살기가 버거웠고 특히 사람을 견딜 수 없었다. 39쪽


밤에는 잠을 자지 못하고 술을 마셨고 낮에는 두어 시간 쪽잠을 잔 후 황급히 출근했다. 65쪽


나는 당시 여의도에서 특목고 대비반을 가르치고 있었다. 한국의 좋은 대학이나 영어권 대학에 가고 싶은 십대를 가르치는 일은 보수는 좋은 편이었지만 일분일초가 사춘기 아이들의 냉담함과 치르는 전쟁이었다. 67쪽


여자가 혼자 살아 있는 걸 세상은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메시지를 끊임없이 들으며 컸고, 실제로 너무 많은 여자가 죽는다. 133쪽


+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허새로미, 봄알람, 2021)


추석에 추리닝 차림으로 집을 뛰쳐나왔을 때

→ 한가위에 놀이옷 차림으로 집을 뛰쳐나올 때

→ 한가위에 헐렁옷 차림으로 집을 뛰쳐나올 때

→ 한가위에 잠옷 차림으로 집을 뛰쳐나올 때

7쪽


10년이 넘게 하우스푸어로 살던 모부가 마침내 다시 자가에 살게 되어

→ 열 해 넘게 빚살림이던 엄마아빠가 마침내 다시 우리집에 살며

→ 열 해 넘게 비싼가난집이던 어버이가 마침내 다시 둥지에 살며

→ 열 해 넘게 빚집이던 어버이가 마침내 다시 보금자리를 찾으며

7쪽


경기도의 위성도시에 방을 얻어 살고 있던

→ 경기도 달고을에 칸을 얻어 살던

→ 경기도 옆구리에 집을 얻어 살던

8쪽


엄마의 승인과 상에 항상 목마른 채로 나는 자라났다

→ 엄마가 받아주고 내려주길 늘 목마른 채 자라났다

→ 나는 늘 엄마가 봐주고 베풀길 바라면서 자라났다

→ 나는 늘 엄마가 안 봐주고 안 베풀어서 목말랐다

9쪽


하얀 수증기가 신에게 바치는 훈증처럼 기화하는 게 눈에 보이곤 했다

→ 하얀김이 하늘에 바치는 그을음처럼 날려가는 모습이 보이곤 했다

43쪽


그런 자기합리화와는 별개로 내가 엄마의 충고를 완전히 무시할 때가 있었는데

→ 그런 핑계 말고도 내가 엄마 도움말을 아주 내칠 때가 있는데

→ 그렇게 나를 감쌀 뿐 아니라 엄마 말씀을 그냥 뭉갤 때가 있는데

60쪽


오랜 연애가 끝날 때마다 일탈을 했다

→ 오래 짝맺다가 끝날 때마다 막나갔다

→ 오래 사귀다 끝날 때마다 때려부쉈다

6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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