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
엘링 카게 지음, 김지혜 옮김 / 다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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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8.11.

인문책시렁 498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

 엘링 카게

 김지혜 옮김

 다른

 2020.1.25.



  우리 누구나 ‘숲손’일 텐데, 문득 잊었을 뿐이지 싶어요. ‘바다손’에 ‘바람손’에 ‘흙손’에 ‘모래손’에 ‘나무손’에 ‘풀꽃손’에 ‘나비손’이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스마트손(스마트폰을 쥔 손)’에 ‘쇳덩이손(자동차 운전대를 쥔 손)’에 ‘잿빛손(아파트에 스스로 가둔 손)’에 ‘돈손(돈만 버는 손)’이라 할 만합니다.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는 ‘발’과 ‘다리’를 쓰는 삶이란 무엇인지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노르웨이 이웃이 쓴 책을 영어로 옮기면 “Walking One Step at a Time”이라고 합니다. 그저 쉬운 한 마디입니다. “한 걸음씩 나아가기”라든지 “한 발짝씩 내딛기”나 “한 발 두 발 걷기”입니다.


  한달음에 즈믄길을 가려고 하지 않으면 됩니다. 즈믄길도 한 걸음씩 떼며 천천히 갈 노릇입니다. 서울로 잇는 빠른길을 낼수록 서울로 빠르게 쏠리는 얼개입니다. 우리는 서울이나 큰고장으로 더 빨리 가야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고흥군과 장흥군처럼 시골과 시골을 잇는 ‘시외버스’가 구불구불 천천히 달렸으나, 이제는 이웃 시골을 잇는 거의 모든 시외버스가 끊깁니다. 이러면서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 길만 남습니다. 옆마을하고는 담을 쌓으면서 서울로 치달리면 될 뿐인 늪입니다.


  서울에서는 나라밖으로 휙휙 빠르게 떠나는 하늘나루가 가깝습니다. 서울에서는 마흔 겹이나 쉰 겹으로 쌓아올리는 높다란 잿집이 수두룩한데, 정작 위밑옆에 누가 사는지 아예 안 쳐다봐요. 나란히 있어도 이웃이 아닌 남입니다.


  남과 남일 뿐이니 마을이 아니고, 마을이 아니니 걸으며 스치거나 마주할 일이 없습니다. 남과 남일 뿐이기에 ‘남’을 넘어서 ‘놈’이기까지 하고, ‘함께’라는 낱말을 쉽게 잊습니다. 우리는 푸른별에서 ‘함께살기’를 하는 사이입니다. 함께 살림을 짓기에 발과 다리를 놀려서 거닙니다. 함께 사랑을 이루기에 손과 팔을 써서 빚고 짓습니다.


  거니는 ‘숲발’과 ‘숲손’일 적에는 ‘숲말’을 하면서 ‘숲글’을 쓰고 ‘숲마음’을 밝히면서 ‘숲사랑’을 품습니다. 숲을 잊은 서울에서는 ‘서울발’과 ‘서울손’조차 없고, ‘서울말’과 ‘서울글’마저 잊은 채 ‘서울마음’이며 ‘서울사랑’도 아닌 쳇바퀴로 맴도는구나 싶습니다. 이제는 걸어야 합니다. 이제는 손잡아야 합니다. 이제는 빠른길을 줄이고서 ‘걷는 숲길’을 늘려야 합니다.


ㅍㄹㄴ


교도소에 갇힌 사람이 가장 적게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영국 아이들 4분의 3은 영국 교도소 수감자보다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다. 5분의 1은 하루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며 9분의 1은 1년 내내 공원이나 숲, 해변 등에 발도 들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대부분 실내에서 여러 형태의 화면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28쪽


500년을 살고 난 후 완전히 죽는 데 다시 500년이 걸린다는 전설이 있기도 한 참나무는 바람이 불 때마다 꽃가루를 흩뿌린다. 31쪽


전날 같은 시간에 걸었던 거리라도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38쪽


자연에서 산책하다가 피곤해지면 조용한 곳에 등을 대고 눕는 일이야말로 가장 즐거운 경험이다. 108쪽


만약 우리가 덜 걷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걷는다는 사실로 규정되는 종이 아니라 앉아 있거나 운전한다는 사실로 규정될 것이다. 162쪽


#ErlingKagge #Walking One Step at a Time


+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엘링 카게/김지혜 옮김, 다른, 2020)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되셨다

→ 더는 걷지 못 하셨다

→ 더는 못 걸었다

9


매일 아침 출근길에 큰 설렘까지는 아니라도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집을 나선다

→ 아침마다 크게 설레지는 않더라도 조금 두근거리면서 집을 나선다

→ 아침이면 크게 설레지는 않더라도 살짝 콩닥거리면서 집을 나선다

37


일본에서는 이 행위에 ‘숲 목욕’이라는 뜻의 ‘산림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일본에서는 이 일을 숲에서 씻는다는 뜻으로 ‘숲씻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 일본에서는 이를 숲에서 씻는다는 뜻으로 ‘푸른씻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10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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