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읽는 나 + 읽는 바보

읽는 힘



  밥을 먹으면 밥심(밥힘)으로 일어선다고 여긴다. 글을 쓰면 글심(글힘)으로 일어난다고 할 만하다. 책을 읽으면 책심(책힘)으로 의젓할 테지. 나는 시골에서 살아가며 시골심(시골힘)을 내는가 하고 돌아본다. 글쎄, 시골에서 살기에 시골심을 내지는 않으나, 언제나 시골빛을 머금고, 시골꽃을 누리고, 시골바람을 마시고, 시골별을 한몸에 받는다.


  우리집 두 아이한테 “마당이건 들이건 숲이건, 우리가 스스로 나무와 한마음을 이루면, 팔을 가만히 뻗고서 바람을 느긋이 쐴 적에 나비가 팔등에 내려앉아. 이때에 나비랑 그윽히 눈을 마주보면서 나비가 들려주는 숱한 이야기를 누릴 수 있어.” 하고 속삭였다. 두 아이는 나비를 앉혀 보겠다고 용을 썼지만 아직 앉히지는 못 한다. 처음부터 나비를 팔등에 앉히려고만 마음을 쓰면 외려 나비를 못 앉힌다. 나무가 되어야지. 나무는 나비가 오건 새가 오건 사람이 오건 대수롭지 않게 스스럼없이 바라볼 뿐이다.


  이러던 어느 날 큰아이가 손에 나비를 앉혔다. 큰비가 지나간 어느 날 날개를 말리던 나비를 보았고, 나비가 날개를 말릴 때까지 손가락에 앉히고서 한참 마주보더라. 팔등이 아니라 손끝에 앉히다니, 큰아이야말로 숲스승이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책력’과 ‘북크인’과 ‘북클럽리그’ 같은 이름을 선보인다. ‘-력(力)’은 일본말씨이다. ‘북크인·북클럽리그’는 그냥 영어자랑이자 영어흉내이다. 우리는 책을 펴면서 즐겁고 아름답게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을까 없을까. ‘책힘’이나 ‘책심’처럼 이름을 못 붙여도 될까. ‘힘·심’은 같은 말이다. ‘헤다(헤아리다)·세다’는 같은 말이다. 윤동주 님이 남긴 노래에 〈별 헤는 밤〉이 있으니, ‘헤다 = 세다’요, ‘헤다·세다’는 ‘생각’하고 닿는 오랜 우리말이다. ‘ㅎ’과 ‘ㅅ’이 맞물리는 우리말이라서 ‘팔힘·다리힘’이라고 쓰는 분이 있으나, 워낙 ‘팔심·다릿심’을 온나라에서 널리 오래 써 왔다. ‘심’은 ‘심지’로도 잇는 말씨이면서 ‘심다’를 나타낸다. 씨앗을 땅에 묻는 몸짓인 ‘심다’는 바로 우리 몸에 스스로 빛을 길어올리는 일이라 여긴다.


  ‘책심’이라 하면 “책씨를 심으면서, 마음씨를 가꿔요. 책씨를 나누면서, 말씨와 글씨도 가꿔요. 책씨를 펴면서, 이야기씨앗과 노래씨앗을 퍼뜨려요. 우리는 책심을 기르면서 살림씨와 사랑씨를 함께하지요.” 같은 말을 내걸 만하다.


 ‘책끈’이라 이름을 붙이면서 “책으로 끈끈하게 이어요. 책끈으로 첫길을 잇고 서로서로 만나요. 책을 읽어서 수수께끼를 하나 끝내고, 새롭게 실마리를 찾아나서면서 오늘 하루를 이야기해요. 잇고 익히고 읽으면서 우리 삶을 일구고 활짝 일으켜요.” 같은 말을 보탤 만하다.


  ‘책또래’라는 이름을 생각하면서 “책으로 또 만나요. 책을 읽는 우리는 나이를 넘고 담을 치우고 어깨동무하면서 어울려요. 그림책과 인문책을 넘나들어요. 만화책과 사진책을 나란히 놓지요. 어른문학과 어린이문학이 함께 걷고, 모든 책을 한자리에 모으면서 동글동글 동무하고 동아리를 맺고 두레로 둥긍둥글 두런두런 수다꽃을 피워요.” 같은 말을 이을 만하다.


  책멋을 키울 때이다. 책꽃을 피울 때이다. 서로서로 책지기로 서고, 나란히 책동무로 만나고, 즐겁게 책수다를 펴면서, 새롭게 책씨를 심는 하루를 살아내니, 책하루를 열고 책숲을 품고 책바다를 가르면서 책살림을 북돋우는 책마루에서 책빛을 가만히 바라볼 때이다. 2026.7.1.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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