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8.9.
숨은책 173
《朝鮮語學習帳 第一號》
? 엮음
? 펴냄
1914?
온해(100년)를 훌쩍 넘긴 《朝鮮語學習帳 第一號》는 매우 낡았습니다. 그래도 이 낡은 꾸러미(학습장)에 적힌 글씨는 또렷합니다. 이 꾸러미를 쓰신 분은 《普通學校 農業書 卷二》(朝鮮總督府, 1914)를 함께 보셨으니, 적어도 1914해 또는 좀더 앞서 나왔지 싶어요. ‘보통학교 농업서’를 익히기 앞서 한글(조선글)을 떼었을 수 있으니까요. 꾸러미 뒤쪽에는 하루적이(수업 시간표)를 적는 칸이 있고, 한 줄에 여섯 칸입니다. 가만 보니 낡은 꾸러미에 붙은 이름은 “조선어 학습장”입니다. ‘학습장’이라는 이름을 이때부터 썼을까요? 우리말로 옮기면 ‘배움종이’나 ‘배움적이’쯤입니다. 꾸러미 겉에 ‘白欽植’이라 적힙니다. 아마 이제는 흙으로 돌아가신 분일 테지요. 한글을 갓 적바림한 글결은 엉성하지만, 이분이 남긴 일본글씨나 한자는 매끈합니다. 이미 조선총독부는 1910년에 섰습니다. 이미 한겨레는 한글을 마음껏 배울 만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일본사슬(일제강점기) 배움터(보통학교)에서는 일본글씨하고 일본한자말을 앞세워서 가르치는 터전이면서 드문드문 시늉처럼 한글을 맛보기처럼 가르쳤을 수 있습니다. 한글을 아예 안 가르치면 이 땅을 다스리기 어려우니까요. 오늘 우리는 한글을 마음껏 배우고 한말을 마음껏 씁니다. 그러나 아직 일본말씨와 일본한자말을 털지 못 합니다. 일본사슬이던 무렵에는 ‘한글 시늉배움’이었다면, 홀가분히 날개를 펴는 오늘까지 아직 ‘한글·한말 시늉살림’일 수 있습니다.
- 第一學年一組 白欽植
- 受業時間表 六時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