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머리하고는 난다시편 4
박유빈 지음 / 난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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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8.3.

노래책시렁 557


《성질머리하고는》

 박유빈

 난다

 2025.12.10,



  노래하는 사람은 늘 놀이합니다. 놀이하는 사람은 언제나 노래합니다. 노래하는 척하는 사람은 노는 척하거나 노닥거립니다. 노닥거리는 사람은 노래하는 시늉이거나 노래를 모릅니다. 우리는 철마다 새롭게 푸른노래를 맞아들이면서 여태 이 별을 가꾸는 나날입니다. 그러나 고작 온해(100년) 사이에 푸른노래를 몽땅 잊다시피 하더군요. 여름에 가뭄이기는 합니다만, 첫여름과 한여름과 늦여름에 다르게 퍼지는 푸른노래를 말하거나 글쓰는 사람이 너무 드물어요. ‘밖(사회)’이 아니라 ‘집’을 보아야 할 텐데, 이미 서울도 시골도 철노래하고 담을 쌓습니다. 《성질머리하고는》을 읽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입이 심심할 때는 남자를 잡아먹는 상상을 한다. 입맛을 다시면서(11쪽)”처럼 글을 써도 멀쩡합니다. 이렇게 글을 쓴대서 나무라거나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가 “여자를 잡아먹는 생각을 한다” 같은 글을 쓴다면 날벼락이 칠 테지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하더라도,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사뭇 다른 나라인 셈입니다. 그런데 빗댐말(시적 상상)이라 하더라도, ‘사람 잡아먹기’는 무슨 뜻이려나 한참 되새겨 보는데,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골을 부리는 ‘골머리’로는 삶을 짓지 않을 뿐입니다. 불타오르는 ‘불머리’로는 활활 태울 뿐입니다. 골질도 불질도 아닌 노래짓기와 놀이짓기를 하는 이웃이 그립습니다.


ㅍㄹㄴ


입이 심심할 때는 남자를 잡아먹는 상상을 한다. 입맛을 다시면서 (한국 여성들은 왜 꼭두새벽 비빔밥을 먹는가/11쪽)


풍경을 몰고 오는 여름 소녀가 이젠 나와 놀이하려 하지 않는다 장송 행렬을 보듯 창밖의 빌딩을 심심한 눈으로 그렇게만 지나친다 (생각과 관/33쪽)


치마바지를 입은 소녀에게서 치마를 빼앗은 날이었다 소녀가 엉엉 울자 나는 치마와 나이를 맞바꿔주었다 손가락 발가락으로 나이를 세는 소녀를 뒤로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모자이크 같은 반지하 풍경에 창문을 달아주었다 바람이 불 때면 치마가 인사해준다 오늘은 몇 명이 지나갔지? (무게/116쪽)


+


《성질머리하고는》(박유빈, 난다, 2025)


그런 장면을 본 뒤 오래된 문서를 찾아 힘겹게 해석에 들어갔다

→ 그런 모습을 본 뒤 오래된 글을 찾아 힘겹게 풀어본다

→ 그런 대목을 본 뒤 옛글을 찾아서 힘겹게 새긴다

10


정원의 꽃들은 수런거린다

→ 뜨락꽃은 수런거린다

→ 뜰에서 꽃이 수런거린다

14


누군가의 믿음이 성령을 만들듯

→ 누가 믿기에 빛을 이루듯

→ 누가 믿어서 꽃이 피듯

→ 누가 믿으며 빛꽃이 생기듯

17쪽


담벼락의 그림자처럼 오선지를 넘어갈 때 나는 어떤 존재와 가까워지기를 선택한다

→ 담벼락 그림자처럼 가락종이를 넘어갈 때 어느 누구와 가까우려고 한다

→ 담벼락 그림자처럼 노래종이를 넘어갈 때 어떤 님과 가까우려고 한다

18


똑같은 말만 내뱉는 게 싫다

→ 똑같은 말만 내뱉으면 싫다

→ 똑같은 말만 내뱉으니 싫다

→ 똑같은 말만 내뱉어서 싫다

→ 똑같은 말만 내뱉자니 싫다

24


잘 써지지 않자 남자는 눈물이 난다

→ 잘 못 쓰자 사내는 눈물이 난다

→ 잘 쓰지 못하자 놈은 눈물이 난다

25


반려 식물이 자살하지 않는 것처럼

→ 곁꽃이 스스로죽지 않듯

→ 뜨락꽃이 멍청하지 않듯

→ 마당꽃이 못나지 않듯

26


이곳은 단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자살과 무성생식을 반복하는 숲

→ 이곳은 낱말이 너나없이 스스로죽고 그냥맺는 숲

→ 이곳은 말씨가 너나없이 멍청하고 그냥 퍼지는 숲

54


하나둘씩 전시장을 빠져나왔고

→ 하나둘 그림뜰을 빠져나오고

→ 하나둘 보임터를 빠져나오고

59


사포질하는 선배들의 용쓰는 얼굴이 좋았다

→ 까끌종이질로 용쓰는 윗내기 얼굴이 좋았다

→ 모래종이질로 용쓰는 언니 얼굴이 좋았다

65


노랗게 무르익었다가 다시 푸르러졌다

→ 노랗게 무르익다가 다시 푸르다

→ 노랗게 무르익다가 다시 푸른빛이다

→ 노랗게 무르익다가 다시 풀빛이다

75


석수(石手)란 돌을 다루어 어떤 형상을 빚거나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 돌지기란 돌을 다루어 어떤 모습을 빚거나 살림을 깎는 사람을 뜻한다

→ 돌장이란 돌을 다루어 어떤 몸을 빚거나 세간을 깎는 사람을 뜻한다

→ 돌바치란 돌을 다루어 어떤 꼴을 빚거나 쓸거리를 깎는 사람을 뜻한다

86


우린 모두가 아종이라서

→ 우린 모두가 닮아서

→ 우린 모두가 달라서

→ 우린 모두 엇비슷해서

106


청명한 소리 울리면 착각은 시작된다

→ 소리가 맑게 울리면 엉뚱히 여긴다

→ 소리가 구슬같으면 이제 넘겨짚는다

112


사각으로 반듯한 공간 아래서 각자 사랑하는 모양으로 사라지기

→ 네모반듯한 곳에서 저마다 사랑하는 빛으로 사라지기

→ 네모진 곳에서 저마다 사랑하는 모습으로 사라지기

123


채워진 시편들에는 조금 시니컬하다 싶은 의심이 가득했습니다

→ 채워놓은 노래는 조금 빈정댄다 싶게 못미덥습니다

→ 채워둔 노랫가락은 조금 비꼰다 싶듯 갸우뚱합니다

13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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