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상명하복



스스로 멍청하다고 밝히는 터라 ‘위아래’로 사람을 갈라서, 그저 시키는 대로 따른다는 ‘상명하복’을 해. 시키는 대로 따랐으니, “난 아무 잘못이 없다” 하고 핑계를 대는 셈이지. 그저 “주어진 대로 일을 했”으니까 저한테 화살을 돌리지 말라는 셈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누가 위에서 시켰기에 심부름꾼 노릇을 했다면, “내 넋·생각·뜻·길·빛”은 터럭만큼도 없는 얼거리이니, 그저 ‘허수아비’인 멍청한 짓이란다. 허수아비인 심부름꾼이 수두룩하기에 윗자리에 있는 놈은 아무렇지 않게 멍청한 짓을 일삼아. 아니, ‘일시늉’이라고 해야겠지. 언제나 ‘심부름’만으로 시키고 따르기에, ‘지음’도 ‘빚음’도 ‘가꿈’도 없이 쳇바퀴를 떠도는 멍청한 굴레이지. 누가 위에서 시키기에 사람끼리도 죽여. 누가 위에서 시키기에 이웃집도 숲도 멧골도 들판도 모조리 밀어내며 망가뜨려. 누가 위에서 시키면서 돈을 선뜻 주니까, 넙죽 받아서 챙기며 ‘죽음’이라는 벼랑끝으로 내달려. 어버이가 아이를 사랑하면서 ‘살림’을 가르치려고 할 적에는, ‘소꿉’을 가볍게 빗대어 작게 ‘심부름’을 맡겨. 아이는 아직 스스로 일거리를 그리고 짓고 맡아서 펴는 몸은 아니거든. 살림살이를 하나씩 익숙하게 받아들이면서 천천히 스스로 눈떠서 일어나라는 뜻으로 맡기는 ‘심부림’일 때에만 ‘일’과 ‘살림’으로 피어날 수 있어. 위아래로 뚝 끊어서 시키고 따르는 ‘상명하복’이라면, 시키는 놈도 따르는 놈도 철없이 뒹굴면서 나란히 갇히고 가두어 죽어가는 짓이야. 몸뚱이만 크고 철은 안 들기에 얼뜬 상명하복에 얽매여서 늙어가. 2026.7.25.흙.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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