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가 없는 세상 개똥이 그림책 2
권정생 지음, 김규정 그림 / 개똥이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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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7.29.

그림책시렁 1825


《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정생 글

 김규정 그림

 개똥이

 2021.10.11.



  저는 열린배움터(대학교)를 그만두기로 하던 1998해에 “앞으로 무슨 일자리를 찾아서 살아야 할까?” 하고 끝없이 되뇌며 길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이무렵에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지내며 살림돈과 책값을 벌었는데, 자리(배달구역)를 늘려서 일삯을 더 받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한겨레신문〉을 돌리는 ‘한 자리(배달구역 1개)’는 〈조중동〉으로 치면 ‘넉 자리(배달구역 4개)’만큼 넓었습니다. 새벽마다 더 멀고 긴 골목을 두바퀴(자전거)로 누비면서 일삯은 적은 셈이기에, 돈을 더 벌기를 바랐다면 〈조중동〉을 돌리면 되었어요. 하루한끼만 먹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날마다 읽고 쓰고 새기며 배울 틈’을 누리려 했기에 ‘적게 벌고 안 쓰기’로 살기로 했습니다. 돈벌이(경제성장)하고는 먼 길이니 아무래도 나라에서 보면 거꿀이(비애국자)입니다. 《애국자가 없는 세상》은 권정생 님이 남긴 글에 요즈음 물결에 맞추어 그림을 담습니다. 권정생 님이 겪고 부대낀 나날을 돌이키면, ‘애국·애국자’는 ‘불쏘시개(나라가 시키는 대로 총을 쥐고서 전쟁 한복판에서 한겨레끼리 죽이고 미워해야 할 뿐 아니라, 나라가 시키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를 넋잃고서 따르고, 군사독재자가 시키는 대로 눈감고 귀닫고 입닫으면서 종살이를 하는 소모품)’를 가리킵니다. 김구 같은 분이 말한 나라사랑(애국)은 총칼에 짓밟힌 채 ‘총칼 우두머리’를 기리라고 밀어붙이는 ‘애국·애국자’였거든요.


  ‘멋대로’가 아닌 ‘나사랑’일 적에 비로소 이웃과 동무를 바라봅니다. ‘나사랑’은 빠진 채 ‘나라사랑’으로 몰아붙일 적에는 이웃과 동무를 안 쳐다봅니다. ‘나라지키기’를 해야 한다면, ‘다 다른 작은 나’를 돌보고 품고 헤아릴 줄 아는 ‘나라(작은나라·아름나라)’여야 할 노릇입니다. 사람(나)을 사랑하지 않는 굴레이자 늪이자 틀이자 차꼬인 나라만 앞세우는 ‘애국·애국자’일 적에는 늘 싸우고 늘 미워하고 늘 갈라치고 늘 불타오르면서 그만 떼죽음으로 치닫습니다.


  먹이만 잘 주는 가두리나 돼지우리가 아닌, 누구나 손수 가꾸고 심고 지으면서 나눌 수 있는 ‘집(작은집)’을 저마다 다르게 누릴 때라야 ‘참나라사랑’일 테지요. ‘나’하고 ‘집’이 없는 채 외치는 ‘애국·애국자’나 ‘정의’ 같은 목소리는 으레 불싸움으로 번집니다. 떠난 어른이 남긴 속뜻을 조금 더 찬찬히 읽어내고 풀어낸 다음에 더 부드럽고 그저 짙푸른 들숲메 이야기로 그림을 얹는다면 참으로 빛났을 텐데 싶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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