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춤새
사나흘 앞서 고흥읍 버스나루에서 제비 열 마리가 짓는 춤을 보았다. 오늘은 열대여섯 마리가 짓는 춤을 본다. 사람들이 함부로 둥지를 헐어도 꿋꿋하더니, 이제 날갯심을 키운 새끼제비는 어미제비랑 나란히 바람놀이를 즐긴다. 휙휙 가볍다. 훅훅 날렵하다. 코앞에서 휙 지나갈 적에 바람을 확 가르는 소리가 난다. 여럿이 한몸처럼 훅 가로지를 적에 바람을 확확 누비는 소리가 퍼진다.
멀리 날아갔다가. 높이 솟구쳤다가. 둥지자리로 돌아왔다가, 다시 멀리 높이 날아간다. 어느새 둥지자리로 또 오고, 빙그르르 빠르게 돌면서 날더니 새삼스레 까마득히 멀리 사라진다.
바람길이란 파랗게 숨쉬며 피어나는 살림길일 테지. 하늘길이란 함께 놀며 노래하는 길일 테고. 바닷길이란 그윽히 깨어나는 꿈을 그리는 길이리라. 사람길이란 서로 어떤 사이로 만나고 헤어지며 이야기하는 길인가. 살림길이란 스스로 어떤 하루를 그려서 가꾸고 돌보는 길이지. 사랑길이란 너랑 나랑 이 보금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무슨 말을 나누는 길이려나.
한여름이 깊다. 슬슬 가을냄새가 돋는다. 겨울이 다가온다. 동트는 때가 하루하루 늦고, 저무는 때가 하루하루 이르다. 이미 첫여름 긴낮(하지)에 겨울빛이 돋았다. 한여름 고비에는 겨울눈이 튼다. 늦여름 끝물에는 겨울노래가 성큼 다가온다. 비를 뿌릴 동 말 동하는 하늘은 구름으로 소복하다. 2026.7.1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