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2026.6.)에 편 이야기꽃은 ‘비’를 바탕으로 ‘빚다’와 ‘빚’과 ‘빛’과 ‘비다’가 얽힌 말결을 짚었습니다. 지난달 이야기씨앗을 조금 옮겨적습니다. 오늘(2026.7.28.)은 ‘집’이라는 이야기를 펼칩니다.


- 곳 : 서울 숭실대 뒤쪽 ‘토기장이의 집’ 지하 1층 〈라이브러리 두란노〉

- 때 : 19:00부터 2시간

- 누가 : 파란놀 (최종규)


  바다는 바닷방울이 얼마나 모였을까요? 우리는 바닷방울을 세거나 무게를 잴 수 있을까요? 크고작은 냇물에는 물방울이 멀마나 모일까요? 우리는 물방울을 세거나 무게를 달 수 있을까요? 구름이 모이면서 내리는 비는 빗방울을 이루어 땅을 적십니다. 이 빗방울은 ‘낱’으로 얼마나 될는지 셀 수 있을까요?


  바닷방울도 물방울도 빗방울도 크기나 무게를 잴 수 없습니다. 쪼개고 쪼개어도 더 쪼갤 수 있고 새로 쪼갤 수 있습니다. 모으고 모으면 ‘한 덩이’가 얼마나 크거나 깊거나 넓은지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물은 그저 ‘물빛’입니다. 물을 이루는 빛은 물빛이라는 낱말로 나타냅니다. 바람이라면 바람빛이요, 바다라면 바다빛(바닷빛)입니다. 하늘은 하늘빛이고 풀은 풀빛입니다. 잎은 잎빛이며, 꽃은 꽃빛이에요. 사람은 사람빛이고, 사랑은 사랑빛입니다. 살은 살빛이며, 눈은 눈빛이고, 손은 손빛입니다. 모두 다른 빛이되, 우리는 ‘무엇 + 빛’이라는 얼개로 서로 다르면서 나란한 빛살을 그립니다.


  물빛은 그저 맑다고 할 텐데, 모든 곳에 스밀 수 있으면서 모든 곳을 물들일 수 있습니다. 따로 있지 않다고 여기는 물빛이지만, 모든 빛살과 빛깔과 빛발과 빛줄기를 이루는 물빛입니다. 비빛(빗빛)과 바다빛(바닷빛)도 매한가지예요. 언뜻 보면 ‘빈빛(빛이 빈 모습)’일 테지만, 풀과 나무에 스미면 푸르게 물드는 빗방울입니다. 사람한테 스미면 사람과 하나를 이루는 빛입니다. 곰이나 여우한테 스미고, 잠자리나 개구리한테 스미고, 맹꽁이나 나비한테 스미면서 늘 새롭게 피어나는 물빛이에요.


  아직 없다고 여기기에 ‘빈모습’인데, 비었기에 빚어서 채울 수 있습니다. 여태 없었구나 싶기에 ‘빈자리’인데, 비었으니 빚어서 담을 수 있습니다. 이제껏 없다고 보았기에 ‘빈터’인데, 모든 빈터에는 씨앗이 잠들어서 기다려요. 빈터에서 숱한 씨앗이 철따라 하나씩 깨어나도록 비손(빌면서 비비는 손)을 하면 어느새 풀씨와 나무씨가 곧고 푸르게 눈뜹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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