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면 팔 만큼 1
코지마 아오 지음, 장혜영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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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7.27.

책집지기는 책벌레와 함께


《책이라면 팔 만큼 1》

 코지마 아오

 장혜영 옮김

 미우

 2026.7.15.



  밭일을 지겹다고 여길 적에는 날마다 쑥쑥 오르는 풀을 모조리 ‘지심(잡초)’으로 여겨서 날마다 막말을 쏟아붓습니다. 지심한테 막말을 하고, 땅한테 막말을 하며, 하늘과 풀벌레와 새와 나비 모두한테 끝없이 막말을 합니다. 제발 풀이 없기를 바라고, 또 나오는 풀이 미워서 죽으려고 합니다.


  밭일을 하면서 집살림을 사랑으로 가꿀 적에는 날마다 쑥쑥 오르는 풀을 다 다른 ‘나물’로 삼아서 즐겁게 훑고서 밥자리에 올립니다. 나물이 고맙고, 나물이 반갑습니다. 나물살림을 이으면서 아이들한테 풀빛을 고이 물려줍니다. “사람이 심은 풀”은 아닐 텐데 언제 어떻게 이곳으로 날아들어서 퍼지는지 놀랍다고 여깁니다.


  책을 “안 지겹다”고 여기는 책일꾼(출판사직원·서점직원·언론사서평기자·출판평론가·인터넷서점md)은 몇이나 있을까요? 책을 반기면서 고마워하는 분도 있을 테지만, 날마다 끝없이 쏟아지는 책을 언제 다 읽느냐며 푸념하면서 밀쳐내는 분도 있게 마련입니다. 아니, ‘책푸념이’가 꽤 많거나 자꾸 늘어나는 듯합니다. ‘밑글(보도자료)’에 기대지 않고서 쓰는 책글(서평)을 만나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우리는 ‘밑글(보도자료)’이 아닌 ‘책(이야기)’을 온마음에 담아서 스스로 녹이고 풀어낸 새말(새마음)을 책글로 쓰면 된다고 봅니다.


  어느 책이든 한벌훑기로 ‘읽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책은 닷벌보기나 열벌보기를 넘어서 스무벌보기나 서른벌보기쯤 이를 적에 비로소 ‘읽었다’고 말할 만합니다. 날마다 쉰 자락씩 새책을 살펴야 한다면, ‘하루 한벌훑기’조차 버겁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렇지만 ‘책일꾼’이라면 날마다 쑥쑥 돋는 풀을 나물로 여기면서 반기는 마음이어야지 싶어요. 날마다 새로 나오는 책뿐 아니라, 이미 나온 숱한 헌책을 신나게 찾아다니면서 책숲에서 노닐 적에 책벌레라는 하루를 살 수 있고, 책바보라는 오늘을 노래할 수 있으면서, 책사랑이라는 삶을 그린다고 봅니다.


  《책이라면 팔 만큼 1》를 읽고서 열아홉 살(2026해) 큰아이한테 건넸습니다. 큰아이는 이내 다 읽고서 “너무 뻔하다”고 한마디를 들려줍니다. “깨어나거나 눈뜨는 길을 가려고 책을 읽지 않는다”고 덧붙입니다. “그림감이 책일 뿐, 책집과 헌책이라는 빛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책·책집·마을책집·헌책집이라는 곳을 갓난쟁이일 무렵부터 아버지 등에 업혀서 누빈 큰아이는 어느덧 열아홉 해에 걸쳐서 ‘책빛’을 살폈으니, 큰아이가 들여다본 눈을 곰곰이 되짚기로 합니다. 큰아이 말마따나 《책이라면 팔 만큼》은 ‘이미 일본에서 알려진 몇몇 책’에 기대어 줄거리를 풀어냅니다. ‘이미 일본에서 알려진 몇몇 책’은 ‘문학’으로서는 값이 높을는지 모르나,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 숱한 ‘빛나는 아름책’이라고까지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뒷자락은 아직 한글판이 안 나와서 모릅니다만, 《이 세상의 한 구석에》 같은 그림꽃을 ‘그림감’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 《소설 복합오염》이나 《슬픈 미나마타》라든지, 《Minamata》(William Eugene Smith·Aileen Mioko Smith, Holt Rinehart & Winston,1972)를 들 수 있을까요? 《이상한 나라의 버드》 같은 그림꽃을 건드릴 수 있을까요? ‘가네코 후미코’와 얽혀서 일본이라는 나라가 헛디딘 불씨를 짚을 수 있을까요? 가가와 도요히코나 우치무라 간조 같은 이들이 일본을 어떻게 갈아엎기를 바랐는지 들려줄 수 있을까요? 나가이 다카시 같은 사람이 겪은 1945해 이야기를 ‘헌책’이라는 얼거리로 풀어낼 만할까요?


  모든 책을 다룰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모든 책을 다룰 수 없다”는 테두리에서 “무슨 책을 왜 다루려는가?” 하고 스스로 물어볼 노릇입니다. 책벌레한테 널리 팔릴 만한 그림꽃을 묶으려는 얼개일는지, 책을 읽는 마음이 어디로 가면서 스스로 눈뜨는 길일는지, 그럭저럭 ‘만화대상’도 받으면서 제자리걸음을 할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총칼을 앞세우는 나라가 무럭무럭 크면서 둘레 여러 나라에 ‘헌책집’과 ‘책숲(도서관)’을 옮겨심었습니다. 일본이 총칼로 또아리를 튼 곳(식민지)에서 일할 ‘일본사람’이 읽을 책을 다룰 헌책집과 책숲을 자꾸자꾸 세우고 숱한 일본책을 옆나라에 엄청나게 퍼뜨렸어요. 마치 주한미군이 ‘주한미군 책숲’에서 철마다 ‘알차고 빛나는 놀랍고 아름답고 멋진 미국책’을 그냥 그곳(주한미군이 깃든 나라) 헌책집에 통째로 그냥 내맡기는 일인데, 이런 일을 일본은 이미 1900해 언저리부터 해왔습니다.


  ‘식민지 조선’에서 글바치(지식인)는 일본 조선총독부가 떡고물처럼 흩뿌린 ‘값진 일본책’을 싼값에 사들이거나 헌책집에 마실해서 서서읽기로 맞이했습니다. 또는 조선총독부가 세운 책숲에서 빌려읽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글꽃(문학·세계문학)을 한글로 옮긴 지 얼마 안 됩니다. 모조리 “일본이 옮긴 세계문학을 일본글로 읽은” 우리나라요, ‘일본 중역판 세계문학전집’은 1990해무렵까지 이어왔습니다. ‘사상·철학·종교·정치·경제·환경·문화·교육’ 모두 이미 일본이 오래도록 심은 바대로 이 나라에 퍼지고 자리잡았어요.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갈래 거의 모든 말씨는 ‘일본말’입니다. ‘전문용어’ 가운데 일본말이 아닌 낱말은 거의 없다고 할 만큼 찌들었어요.


  《책이라면 팔 만큼》이라는 그림꽃 하나가 ‘책’을 얼마나 어떻게 풀어낼는지 모릅니다. 일본이 뿌린 ‘책씨앗’을 어느 만큼 건드릴는지 모릅니다. 《アサヒグラブ》라는 사진잡지는 1923해에 태어납니다. 《LIFE》는 1936해에 태어났다지요. 《アサヒグラブ》는 일찍 태어나기도 했지만 참으로 오래도록 나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오래된 《LIFE》나 《アサヒグラブ》도 헌책집에서 그리 안 비쌉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두 가지 사진잡지를 찾아내기가 힘들고 무척 비쌉니다.


  책집지기는 책벌레와 함께 걸어가는 하루입니다. 책벌레는 책집지기와 함께 살아가는 오늘입니다. 책집지기는 책벌레하고 주고받는 말 한 마디로 책사랑을 돌아봅니다. 책벌레는 책집지기와 나누는 말 한 마디로 책사랑을 새로 마주합니다. 그런데 책집지기와 책벌레는 ‘책집’이 있기에 어울립니다.


  커다란 책집이 아닌 자그마한 책집에서 두 사람이 만납니다. 서울 한복판이 아닌 서울 기스락이나 시골 한켠에 싹튼 책집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합니다. 교보문고란 데는 히가시노 게이고 책만 열 해(2009∼2019) 동안 127만 자락이나 팔았다는데, 헌책집은 어느 한 사람 책을 10000은커녕 1000조차 팔지 않습니다. 헌책집은 다 다른 숱한 책을 골고루 팔면서 다리를 잇는 책밭이자 책숲이요 책바다이고 책터이면서 책누리입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별이요, 다 다른 책은 다 다른 씨앗이라는 대목을 읽기에, 비로소 ‘헌책’에서 ‘헌’을 가리키는 밑말 ‘허’가 ‘허허바다’를 가리키고 ‘하’와 맞물려서 ‘하늘’을 품는 줄 알아볼 수 있습니다.


ㅍㄹㄴ


‘이 사람, 생전에 만나봤으면 좋았을걸. 이 컬렉션도 내일이면. 내가 뭔가 할 수 없을까? 책만으로도 모든 게 한도 초과야!’ 22쪽


“원래 책 애호가의 심리는 복잡해요.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팔릴 바에는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 처분당하는 게 낫죠.” 33쪽


“학생 할인. 마음 같아선 그냥 주고 싶지만 나도 장사니까. 이러면 야만적인 강요가 아니라 문명적인 거래 맞지?” 61쪽


“언뜻 보기엔 개성이 없는 것 같아도, 실은 문고본이야말로 출판사가 추구하는 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108쪽


“용케 저 많은 책을 모았네.” “BOOK ON에서 샀냐?” “아니, 그게∼ 우리 동네에 망해가는 작은 헌책방이 있는데, 거기서 100엔짜리 책을 열심히 샀더니 할아버지가 덤도 엄청 많이 줬어.” 180쪽


“으음, 500엔이요.” “이 바보가! 3000엔에 팔아! 자!” 186쪽


#兒島靑 #本なら賣るほど


+


《책이라면 팔 만큼 1》(코지마 아오/장혜영 옮김, 미우, 2026)


장서인이 있으면 감정가가 떨어지나요

→ 책글씨가 있으면 값이 떨어지나요

→ 책똩니 있으면 매김값이 떨어지나요

31


취향이 꽤 레트로하네

→ 옛글을 꽤 즐기네

→ 오래빛을 꽤 읽네

57


퇴폐적이고 탐미적인 독특한 작풍을 가지고 있어

→ 다랍고 간드리러지는 글을 써

→ 고약하지만 멋내는 글을 써

59


언뜻 보기엔 개성이 없는 것 같아도, 실은 문고본이야말로 출판사가 추구하는 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 언뜻 보기엔 비슷해도, 정작 손바닥책이야말로 펴냄터가 바라는 길을 그대로 밝혀요

→ 언뜻 보기엔 밋밋해도, 막상 주머니책이야말로 펴냄터가 꾀하는 빛을 그대로 보여줘요

108


뭐라고 감사인사를 드려야 좋을지

→ 뭐라고 고마워해야 할지

→ 뭐라고 기뻐해야 할지

→ 뭐라고 큰절을 해야 할지

115


의식하지 않고 입는 그런 느낌이 추구미인데, 일상복처럼

→ 노리지 않고 입는 멋인데, 살림옷처럼

→ 뜻을 새기지 않으려는 멋인데, 집옷처럼

136


오늘은 봉변이었네

→ 오늘은 부끄러웠네

→ 오늘은 남사스럽네

141


어디서 농땡이 치며 되죠

→ 어디서 노닥여야 하죠

→ 어디서 놀아야 하죠

178


은퇴한 노병이 무모한 신병에게 보내는 동정의 증표일세

→ 그만둔 늙은네가 덜된 병아리한테 눈물로 보내는 꽃일세

→ 떠난 오랜내기가 멍청한 꼬꼬마를 도우려는 뜻일세

18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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