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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ㅣ 총총 시리즈
이슬아.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6.7.26.
다듬읽기 294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이슬아·남궁인
문학동네
2021.7.12.
“잘못이 있다”나 “오해가 있다”는 잘못 쓰는 말씨입니다. 영어라면 이렇게 쓸 테지만, 우리말은 이렇게 안 써요. ‘잘못하다’나 ‘오해하다’ 꼴로 씁니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같은 책이름은 이미 옮김말씨에 틀린말씨입니다. “우리는 오해했다”라든지 “우리는 잘못했다”라 해야 알맞습니다. 또는 “우리 사이는 멀다”나 “우리 사이는 안 가깝다”라든지 “우리 사이엔 바다가 있다”나 “우리 사이엔 담이 있다”처럼 써야 맞아요.
누구나 미처 말글을 모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린이집이나 배움터는 “말글을 알맞고 즐거우면서 또렷하게 다루면서 나누는 길을 베푸는 터전”하고 먼 터라, 그냥그냥 배움길을 따라서 스무 살이나 서른 살까지 보내면, 오히려 우리말과 우리글을 까맣게 모르면서 ‘무늬한글’과 ‘우리말시늉’을 하기 일쑤입니다. 글을 쓰면서 밥벌이를 하는 일을 하더라도 말글을 모르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배움터에서 말글지기(국어교사)로 일하든, 국립국어원에서 말글지기(국어학자)로 있든, 말과 글을 잘못 알거나 엉뚱하게 짚기도 합니다.
배움터를 다닌 적이 없거나 책을 읽은 바가 없어도 말글을 찬찬히 짚고 가리는 어르신이 많았습니다. 이 많은 어르신은 하루하루 사라집니다. 지난날에는 아이한테 ‘할매할배’가 말을 가르쳤어요. 할매할배는 글을 모르더라도 “우리가 마음을 나누는 말을 어떻게 다루어야 슬기로운지” 짚고 넌지시 알려주면서 수수께끼를 속삭이고 말놀이를 짓는 하루를 살아내는 길잡이였습니다. 책이나 글이나 그림(동영상·유투브)만 들여다보아서는 말도 글도 못 익히게 마련이에요. 삶과 살림과 사랑과 사람도 책이나 글이나 그림만으로는 자칫 헛짚기까지 합니다.
겉멋을 부리려고 하니 “배우지 않”습니다. 배우지 않기에 겉멋을 부려요. 글멋을 부리려고 하니 “배우지 않”아요. 배우지 않으니까 글멋을 부립니다. 배우려는 사람은 언제나 삶자리에서 하루를 짓고 가꾸고 여미고 일구면서 일하고 쉬고 놉니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자리에서 스스로 마음을 틔우기에 어느새 “마음을 소리로 얹는 말”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입을 틔우지요.
글을 쓰고 싶다면 말부터 틔울 노릇입니다. 말을 틔우고 싶다면 집안일과 집살림부터 할 노릇이요, 이러면서 스스로 하루살림을 짓는 즐거운 나날을 살아낼 노릇입니다. 삶이 있어야 마음이 있고, 마음이 있어야 말이 있으며, 말이 있어야 글이 있어요. 그렇지만 오늘날 숱한 글바치는 삶과 마음과 말에 앞서 글부터 붙들고 말아요.
풀꽃나무하고 한 해 내내 살아내어야 풀꽃나무한테서 풀빛과 꽃빛과 나무빛을 배우고 스스로 익힙니다. 풀꽃책(식물도감)을 달달 외운들 풀꽃나무를 터럭만큼도 모르고 맙니다. 말글을 배워서 익힌 다음에 즐겁게 펴고 싶다면, 언제나 “말글을 이루는 삶과 살림과 사랑과 사람”부터 짚을 노릇입니다. 글은 맨 나중입니다. 글을 앞쪽에 놓을 적에는 모두 엇나가면서 겉치레와 껍데기와 멋내기에 얽매입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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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이슬아·남궁인, 문학동네, 2021)
바쁘고 피곤하고 건조해 보인다
→ 바쁘고 고단하고 메말라 보인다
→ 바쁘고 지치고 따분해 보인다
→ 바쁘고 힘들고 멋없어 보인다
7쪽
아침부터 점심까지 쓰러졌다 일어난 뒤 그는 많은 글을 쓴다
→ 그는 아침부터 낮까지 쓰러졌다 일어난 뒤 글을 잔뜩 쓴다
→ 그는 아침부터 낮까지 쓰러졌다 일어난 뒤 글을 실컷 쓴다
8쪽
부연하자면 저는 치열한 학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 덧붙이자면 저는 피튀기는 늪에서 푸른날을 보내고
→ 보태자면 저는 불꽃튀는 쌈밭에서 푸른날을 보내고
10쪽
입 밖으로 내기에는 망설여졌습니다
→ 입밖으로 내자니 망설입니다
→ 말로 하자니 망설입니다
11쪽
그의 꾸짖음을 달게 받을 작정으로 서간문을 시작합니다
→ 그분 꾸짖음을 달게 받을 뜻으로 글을 씁니다
→ 그가 꾸짖어도 달게 받으려고 글월을 씁니다
12쪽
실제로 뵙게 된 선생님의 용안은 물론 미남이었으나
→ 막상 뵌 님은 몹시 잘생겼으나
→ 몸소 뵌 님은 무척 말끔했으나
15쪽
동종업계인 만큼 조심스럽고 따뜻한 응원만 건네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 같은장사인 만큼 살며시 따뜻이 북돋아야만 할 듯해요
→ 옆장사인 만큼 살짝 따뜻이 거들어야만 할 듯싶어요
→ 이웃집인 만큼 가만히 따뜻이 곁들여야만 할 듯해요
16쪽
경력이 쌓일수록 제 글에 대한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지만 이 경우는 얘기가 다릅니다
→ 발걸음이 쌓일수록 제 글을 놓고서 너울대는 일이 차츰 줄어들지만 이때에는 다릅니다
→ 하루하루 쌓일수록 제 글과 얽혀서 들뜨는 일이 조금씩 줄어들지만 이때에는 다릅니다
20쪽
그렇게 되더라도 제가 순두부찌개적일 때의 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했다는 점만은
→ 그렇더라도 제가 순두부찌개 같던 님을 무척 좋아했으니
→ 그렇다지만 제가 순두부찌개를 닮은 님을 참 좋아했으니
21쪽
이 편지의 서설은 난잡합니다
→ 이 글은 첫머리가 구질합니다
→ 이 글월은 노두가 다랍습니다
25쪽
글쓰기란 늘 누군가에게 간파당하고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고 따라다니면서 죄책감도 남겨주는 신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글을 쓰면 늘 누가 읽어내며 나를 지켜보고 따라다니면서 나무라니 놀랍습니다
→ 글을 쓰면 늘 누가 알아채며 나를 지켜보고 따라다니면서 꾸짖으니 놀랍습니다
29쪽
이번 옆모습에는 부티가 흐른다는 점이 달랐지만
→ 이 옆모습은 돈있어 보여서 다르지만
→ 이 옆모습은 배불러 보여서 다르지만
→ 이 옆모습은 가멸차 보여서 다르지만
33쪽
저의 선제공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셨더군요
→ 제가 먼저쳤는데 다음과 같이 추리셨더군요
→ 제 앞손을 다음과 같이 간추리셨더군요
34쪽
덕분에 저희 아빠 웅이님의 증상은 호전되었어요
→ 그래서 우리 아빠 웅이 씨는 나았어요
→ 그래서 우리 아빠는 기운을 차렸어요
→ 그래서 아빠는 나았어요
→ 그래서 웅이 씨는 기운을 차렸어요
35쪽
제 몸은 대체로 건강합니다. 유병장수有病長壽형 인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 제 몸은 꽤 튼튼합니다. 골골대며 오래사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 제 몸은 제법 멀쩡합니다. 앓으며 오래사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36쪽
편의상 그 힘을 느끼느끼력이라고 줄여 부르겠습니다
→ 쉽게 그 힘을 느끼느끼힘이라고 줄이겠습니다
→ 가볍게 그 힘을 느끼느끼힘이라 하겠습니다
→ 그냥 그 힘을 느끼느끼힘이라 하겠습니다
38쪽
우리는 대체로 패배하고 가끔 승리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다시 패배로 돌아올 것입니다
→ 우리는 으레 지고 가끔 이긴다고 여기겠지만 다시 집니다
→ 우리는 거의 지고 가끔 이긴다고 느끼겠지만 다시 집니다
51쪽
저는 무감하게 나이를 먹었고 내년에 마흔 살이 됩니다
→ 저는 그냥 나이를 먹었고 이듬해에 마흔 살이 됩니다
→ 저는 밋밋하게 나이를 먹고 새해에 마흔 살입니다
65쪽
대체로 무탈하게 살아가는 것 같겠지요
→ 그저 걱정없이 살아가는 듯하겠지요
→ 꽤 멀쩡하게 살아가는 듯싶겠지요
72쪽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 글을 쓰는 사람은 제 품을 넓혀야 합니다
→ 글을 쓰는 사람은 테두리를 키워야 합니다
95쪽
치열하게 글을 썼던 시기를 언급하고 지금의 나태함까지 고백하니,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라떼를 떠올립니다
→ 뜨겁게 글을 쓰던 날을 밝히고 이제는 게으르다고 털어놓으니, 누구한테나 있는 라떼를 떠올립니다
94쪽
누군가는 우리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 누구는 우리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나날을 삽니다
→ 사람들은 우리가 여태 못 살아본 하루를 삽니다
→ 이웃은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길을 삽니다
102쪽
그런데 애석하게도 우리 사이에 또 오해가 있습니다
→ 그런데 우리는 서로 잘못 봅니다
→ 우리는 안타깝게도 담벼락이 있습니다
→ 그런데 우리 사이에 담이 있습니다
→ 우리는 서로 엉뚱하게 바라봅니다
106쪽
시력에 좋지 않습니다
→ 눈에 좋지 않습니다
→ 눈을 버립니다
109쪽
제가 조금 딱하고 부조화스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 제가 조금 딱하고 엉뚱한 줄 눈치챈 사람은
→ 제가 조금 딱하고 어긋난 줄 눈치챈 사람은
123쪽
오늘은 여성의 날이고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오늘은 가시내날이고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 오늘은 순이날이고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135쪽
두피가 찢어지고 손발이 부서져서 그들은 찾아왔습니다
→ 그들은 머릿살이 찢어지고 손발이 부서져서 찾아옵니다
144쪽
복부를 칼에 찔려서
→ 배에 칼이 찔려서
145쪽
아직도 신열이 감돌고 있습니다
→ 아직도 몸이 뜨겁습니다
→ 아직도 몸은 후끈합니다
148쪽
치욕을 예견하면서도 용기를 내서 사랑에 대해 적을 때
→ 부끄러워도 기운을 내서 사랑을 적을 때
→ 낯없더라도 씩씩하게 사랑을 적을 때
171쪽
인간들이 남기고 간 엄청난 체취가 있었습니다
→ 사람들이 남기고 간 엄청난 냄새가 있습니다
→ 사람들이 남긴 엄청난 몸내가 있습니다
189쪽
우리가 서로를 지칭한 부분을 합산한 결과입니다
→ 우리가 서로를 가리킨 곳을 더했습니다
→ 우리가 서로를 나타낸 바를 모았습니다
209쪽
그간의 편지에서 누구보다 성실한 존경을 보여주어서 감사합니다
→ 그동안 글로 추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 여태 글월로 섬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제껏 글자락으로 모셔 주셔서 고맙습니다
224쪽
가녀장이 가세를 통치하는 이야기를 잘 보고 있습니다
→ 들보로 집안을 다스리는 이야기를 잘 봅니다
→ 대들보로 집을 돌보는 이야기를 잘 봅니다
→ 꼰대로서 집살림을 맡는 이야기를 잘 봅니다
235쪽
정리하자면, 전 재산을 털어서 선지자가 굽어보는 주거공간에 투자하셨네요
→ 그러니까, 온돈을 털어서 슬기님이 굽어보는 곳을 장만하셨네요
→ 그래서, 모든 돈을 털어서 어진님이 굽어보는 집을 사셨네요
259쪽
이슬아 생가에 놀러오시면
→ 이슬아 집에 놀러오시면
→ 이슬아네에 놀러오시면
264쪽
그 안에는 다른 몸, 다른 세계, 그리고 한 우주가 들어있습니다
→ 그곳에는 다른 몸과 나라와 누리가 있습니다
→ 거기에는 다른 몸과 터와 온누리가 깃듭니다
268쪽
신맛의 반가움 속에서 편지를 주고받았다
→ 신맛을 반기며 글월을 주고받았다
→ 신맛을 즐기며 글을 주고받았다
276쪽
이제 나와 남궁인 선생님께 남은 일은 이 편지들로부터 멀리 떠나는 일이다
→ 이제 나와 남궁인 님은 이 글월을 멀리 떠나보내면 된다
→ 이제 나와 남궁인 씨는 이 글자락을 멀리 보내면 된다
27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