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읽는 나 + 읽는 바보

읽는 쪽



  아기는 아이로 자라면서 차츰차츰 철들어 푸른눈을 밝혀서 어느덧 새롭게 어른으로 선다. 아기가 아이를 지나고 푸른날을 지내며 어른으로 서기까지 ‘어버이’가 ‘어른’으로서 제몫을 할 노릇이다. ‘오늘어른’이 ‘다음어른’을 돌보면서 북돋운달까.


  어린이와 푸름이는 ‘어버이’를 바라보면서 배우고 살피면서 새삼스레 가다듬고 추스른다. 어버이는 ‘어머니 + 아버지’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아우르기에 ‘어버이’인 터라, 둘 가운데 한쪽이 낮거나 높지 않다. 둘이 나란할 노릇이다. 우리는 한 손만으로도 쥐거나 들거나 옮길 수 있지만, 빚고 짓고 가꾸려면 두 손을 쓸 노릇이다. ‘빚다’란 ‘비비’듯 반죽을 해서 새롭게 이루는 길을 나타내는데, 빚든 비손(기도)을 하든, 왼손과 오른손을 모은다. 둘을 나란히 다룰 적에 빚고 짓고 가꾼다고 한다.


  이 삶에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란히 있을 노릇이고, 이 터전에는 왼손과 오른손을 나란히 쓰고 다루고 나누는 숨결이 흐를 노릇이다. 한쪽만 옳을 까닭이 없고, 한쪽은 늘 틀려야 할 일이 없다. 아직 덜 배운 탓에 모를 수 있으니, 모자라거나 모를 적에는 서로 사근사근 가르치고 들려주고 이야기하면서 배우면 된다고 본다. 누가 옳으니 그르니 가를 잣대가 아닌, “자, 봐. 이런 일이 있어.” 하고 알려주고, “자, 보렴. 이런 길이 있지.” 하면서 길잡이로 나서면 된다.


  어버이라면 아이 손을 잡고서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하고 말하며 걸음마를 이끈다. 어버이라면 둘이서 아이 왼손과 오른손을 나란히 잡고서 하늘로 붕 띄운다.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나비와 벌을 알려주고, 나무와 풀꽃을 알려주며, 바람과 비와 해와 별을 알려준다. 어버이는 아이곁에서 늘 푸른숲이요 파란바다이며 푸른들이자 파란하늘이다.


  왼쪽에 서서 할 일이 있되, 오른쪽이 받쳐야 왼길을 걷는다. 오른쪽에 서서 할 몫이 있되, 왼쪽이 밑바탕으로 있어야 오른길을 간다. 어느 길과 쪽이든 둘이 늘 나란할 노릇이면서, 왼날개와 오른날개를 펴는 몸통인 가운데가 튼튼해야 할 테지. 이래야 하거나 저래야 한다는 틀을 앞세우느라 그저 싸움박질에 넘친다. 왼쪽만 맞거나 오른쪽만 옳다고 내세우느라 더 피튀기게 죽이려 하는구나 싶다.


  왼손과 오른손은 다르기 때문에 ‘두손모아’ 빚고 빌어서 빛을 이룬다. 서로 다른 두 손과 눈과 길과 귀와 다리를 함께 여미는 삶을 바라보아야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어른이 어질게 일어선다. 우리는 두 손을 함께 쓰는 사람이니까. 두 눈으로 함께 보고, 두 귀로 함께 듣고, 둘(너와 나)로 있는 사이를 하늘빛으로 어우르는 사랑이고.


  이제야말로 ‘함께’와 ‘같이’와 ‘나란히’라는 세 마디를 마음에 고이 담고서 이야기를 열 때이지 싶다. 왼오른은 싸울 사이가 아닌, 함께하고 같이하면서 나란히 피어나는 길을 열 사이를 봐야지 싶다. 왼오른손을 나란히 펼쳐야 빚고 짓고 가꾸는 오늘을 노래해야지 싶다.


  숲에는 왼쪽도 오른쪽도 없이 ‘온쪽·온곳’만 있어서 ‘온누리’라고 한다. 들에는 왼길도 오른길도 아닌 ‘온길·온걸음’만 있어서 ‘온밥’을 누릴 수 있다. 아이어른이 함께 숲빛을 품기에 사랑스럽다. 어른아이가 나란히 하늘빛으로 말을 섞기에 아름답다.


  우리는 숲빛을 잊으면서 잃느라, ‘이쪽(아군)·저쪽(적군)’으로 갈라서 미워하고 싫어하면서 괴롭히려고 하는 몹쓸 불씨가 자꾸 번진다. 이쪽으로 들어오면 무슨 짓을 해도 봐주고, 저쪽이나 그쪽이나 다른쪽에 서면 무슨 일을 짓고 베풀어도 도무지 쳐다보지 않는 담쌓기도 나란히 퍼진다. 어른스러운 빛을 잊기에 불씨를 심고, 아이로서 뛰놀 나날을 잃기에 미움씨를 채우는구나 싶다. 온사람을 바라보면서 온숨결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과 꽃잎과 풀잎을 나란히 살피는, 서로서로 손길과 눈길을 살살 다독이면서 살그머니 어루만지고 살며시 살피는 길을 배우고 익히며 나눠야 할 텐데. ‘옳은말’이 아닌 ‘숲말’과 ‘하늘말’을 펴야 할 텐데. 2026.7.6.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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