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달걀 간장



  이튿날 다시 읍내로 마실을 나와야 하지만, 오늘 달걀과 간장을 장만하러 나온다. 두 가지에 몇 가지를 더 장만하고서 등짐을 멘다. 한 손에 달걀 한 판을 든 채, 다른 손으로 책을 쥐어 읽자니 두 팔이 나란히 저리다. 그럴 수 있지. 그러려니 여기면서 버스나루까지 이른다.


  바람은 늘 알맞게 분다. 해는 늘 걸맞게 비춘다. 비는 늘 이 땅을 살리려고 내린다. 날씨는 뭇숨결이 서로 어울리는 길을 밝히면서 새롭다. 첫여름과 대면 그리 덥지 않고, 늦여름으로 가면 누그러든 더위가 덮을 테지.


  어제 달구지 둘이 마을고양이를 치고 뭉갰다. 한낮에 벌어진 일이다. 그들은 고양이를 치어죽이고서 주검을 팽개쳤다. 고양이가 치인 자리는 한복판이 아니라 가생이였으니, 일부러 치었구나 싶다. 우리마을과 옆마을 사이에 굽이를 돌며 꽤 널따란 자리라서 그저 ‘일부러’ 칠 수밖에 없다.


  우리집 마당과 바깥마루와 헛간에서 놀던 마을고양이에, 우리집 헛간에서 태어난 마을고양이인데, 해마다 숱한 고양이가 치어죽거나 풀죽임물을 마시고서 죽는다. 시골에서 외려 서너 해 즈음 살아남기가 더 힘들 수 있다. 부디 헌몸을 내려놓고서 숲으로 가렴. 이 별을 떠나서 별꽃이 되어도 돼. 달구지꾼이며 죽임물꾼이며 넋차리기를 빈다. 부디 걷기를. 부디 천천히 몰기를. 부디 풀을 푸르게 품기를. 2026.7.21.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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