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6.7.22.

숨은책 1162


《틀리기 쉬운 조선어 문제》

 전병선 글

 동북조선민족교육출판사 

 1992.3.



  말을 망가뜨리려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런 말’을 써야 ‘우리 쪽(아군)’이고, ‘저런 말’을 쓰면 ‘몹쓸놈(적군)’으로 가르려는 굴레입니다. 그러나 모든 말은 우리가 서로 어울리고 얽히고 만나고 마주하는 동안 하나하나 지은 마음빛을 나타냅니다. 때로는 아프거나 고단한 빛을 나타내고, 때로는 기쁘거나 보람찬 빛을 나타내요. 밤과 낮이 갈마들듯 숱한 말로 모든 마음을 늘 다르게 그립니다. 아무리 총칼로 억누르려고 하더라도 어린이는 사납이(군사독재자)한테 ‘어깨동무’를 안 빼앗겼습니다. 철없는 어른은 ‘동무’라는 말을 팽개쳤지요. 《틀리기 쉬운 조선어 문제》를 곧잘 들춥니다. 북녘과 연변에서는 아직 이 같은 길잡이책으로 말글을 배우는지 궁금합니다. 이름은 한겨레이되 남녘에서 나오는 책·보임꽃(영화·연속극)을 틀어막는 북녘입니다. 남녘도 북녘이나 연변에서 한겨레가 어떤 책·보임꽃을 지어서 살림을 밝히는지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서로 하나인 나라로 나아가려고 했다면, 벼슬꾼(정치꾼)끼리 몰래 만나는 틀이 아닌, 사람들 누구나 서로 어떤 책을 읽고 쓰는지 살피면서, 어떤 보임꽃을 누리는지 함께 들여다봐야 맞습니다. 2026해 한여름에 경상도 말씨 ‘-노’를 트집잡으려는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사투리를 함부로 갈기갈기 뜯으려는 금긋기(좌표설정)를 사람들 스스로 가볍게 떨쳐냈습니다. 멀쩡한 사투리를 어느 사납놈이 함부로 쓴다고 해서 “사투리를 삼가거나 안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멀쩡한 우리말을 어느 무리가 ‘금긋기(좌표설정)’로 깎아내리거나 헐뜯더라도 우리가 우리 마음을 그리는 말을 내동댕이칠 까닭이 없습니다. 아무리 ‘사랑 아닌 곳’에 ‘사랑매’처럼 엉터리말을 쓰더라도 ‘사랑’은 고스란합니다. 우리가 사랑할 말이란, 서로 돌보고 헤아리는 포근한 숨빛을 담아서 나누는 말씨 한 톨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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