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욱 시 전집 한국문학의 재발견 작고문인선집
송욱 지음, 정영진 엮음 / 현대문학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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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7.16.

노래책시렁 425


《나무는 즐겁다》

 송욱

 민음사

 1978.8.1.



  ‘나쁜말’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곰곰이 헤아리다가 “나쁜말이란 있을 수 없어요.” 하고 얘기합니다. ‘좋은말’이 있느냐고 물어도 한참 곱씹다가 “좋은말이란 아얘 없어요.” 하고 이야기합니다. 책을 놓고서 ‘나쁜글(악평)·좋은글(선평)’이 있을 턱이란 없습니다. 다만 ‘추킴글(주례사비평)’은 있습니다. 《나무는 즐겁다》를 한참 돌아보았습니다. 글님이 흙으로 돌아간 지 오래이기도 하지만, 요즈음 이녁 글을 읽는 분은 찾아보기 어려울 듯합니다. 줄줄이 나오는 새카만 한자에 막힐 만하고, 한자를 새기느라 글로 무슨 뜻을 담으려 했는지 잊을 수 있습니다. 중국글이나 일본글이나 영어를 섣불리 끌어들이기에 ‘나쁜글’이지 않습니다. 들려주려는 속빛이 깃들지 않으면 덧없을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사람은 “먼저 스스로 배운 바를 둘레에 나누려는 꿈”이 있어야 할 노릇입니다. 배운 바가 있어야 쓰거나 나눕니다. 책글(서평)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책을 읽고서 스스로 배운 바에 따라서 별꽃을 0∼10 사이로 붙이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서로 별꽃을 “읽고서 배운 바 그대로” 붙인다면, 글쓴이와 펴낸곳 모두 새롭게 배웁니다. 추킴글로 밀어붙이는 별꽃을 붙인다면, 어느 누구도 못 배우거나 안 배워요. 사람 곁에서 자라며 살아가는 나무는 스스로 ‘즐겁다’ 같은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나무는 늘 “나는 나무야.” 하고 속삭입니다. 사람도 사람이라는 빛을 품고 풀어낼 적에는 “난 즐거워.” 하고 말할 일이 없어요. “나는 늘 나야.” 하고 말하면 그만입니다. 뭘 해야 즐겁지 않습니다. 뭘 안 하기에 안 즐겁지 않습니다. 뭘 해야 좋거나 나쁘지 않습니다. 이 삶은 모든 곳에서 늘 다르게 배우는 길입니다. 배움길이기에 말도 하고 삶도 짓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어깨동무도 하고 혼자서 먼길을 나설 뿐이에요.


ㅍㄹㄴ


눈 감으면 / 모래밭이 다가선다. / 깜박하지 말고 / 온 누리를 누리라고. // 하늘에 솟는 塔을 돌로 쌓지 마라. / 열흘을 네 곱절을 / 굶어 왔으면 / 부른 배 위에 / 나라를 세우라고. / 어린이 어진이가 / 가슴을 치면, / 하늘과 땅이 / 물구나무선다. / 몸을 던져라 / 몸을 던져라. (誘惑/42쪽)


神으로 鬼神으로 더불어 / 뭇 손님을 맞이하고 / 어둠 속에 흘러 간 피가 굳어서 / 태난 눈이, / 춤추는 치마 폭을 / 휘도는 소매를 따라, / 煙氣에 싸인 龍牀 / 번득이는 서슬, / 갈마드는 監獄과 自由를 굽어보면 / 가슴에 타오르는 硫黃焰硝ㅅ불! (南大門/61쪽)


마음 속을 / 量으로만 몸짓하는 / 그대 목소리 / 넓이로만 가눈 몸매 / 젖가슴이여 / 太陽이 金屬처럼 / 쩌르렁 부딪치며 / 황금 비단을 편다 / 그대 발치에서 / 하늘 끝까지 (바다/126쪽)


+


《나무는 즐겁다》(송욱, 민음사, 1978)


손 발이 묶인대로 壽衣를 두른대로

→ 손발 묶인 대로 저승빔 두른 대로

→ 손발 묶인 대로 주검빔 두른 대로

40쪽


山海珍味 즐비한 陳列장 보기

→ 갖은밥 늘어선 칸 보기

→ 푸짐밥 가득한 시렁 보기

44쪽


출렁이는 푸른 바다여

→ 출렁이는 파란바다여

→ 출렁이는 바다여

121쪽


牽牛織女도 한 해만 기다리면 된다 했는데

→ 소몰이 베아씨도 한 해만 기다리랬는데

→ 소치기 베지기도 한 해만 기다리랬는데

→ 둘이 한 해만 기다리면 된다 했는데

12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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