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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니스의 황금새 3 - 시프트코믹스
하타 카즈키 지음 / YNK MEDIA(만화) / 2021년 3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7.12.
몸이라는 그릇에
《카이니스의 황금새 3》
하타 카즈키
장혜영 옮김
YNK MEDIA
2021.4.15.
요즈음은 ‘글순이’가 ‘글돌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글길을 걸으려는 사람도 사내보다는 가시내가 훨씬 많습니다. 앞으로는 웬만한 곳에서 글순이가 우리 삶터 이야기를 도맡을 만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이건 이웃나라이건 고작 쉰 해 앞서만 해도 글꾼은 으레 사내였습니다. 온 해쯤 앞서는 거의 사내였으며, 두온 해 앞서는 온통 사내밭이었어요.
하루가 다르게 글판이 바뀝니다. 이처럼 바뀌는 글판을 차분히 짚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글판과 배움판은 어느새 글순이와 배움순이가 북적이는데, 벼슬판(정치계)은 여태 사내가 힘을 단단히 쥡니다. 고약하거나 고리타분하구나 싶은 벼슬판이라고도 하겠는데, 막상 벼슬을 쥔 가시내도 벼슬돌이 못잖게 틀에 갇히거나 늪에 잠기곤 합니다.
함께 일하고, 함께 쉬고, 함께 놀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살림하고, 함께 사랑하는 곳에서는 일자리를 가시버시로 안 가릅니다. 아이가 태어나려면 가시버시가 나란할 노릇입니다. 엄마씨만으로 태어날 아이는 없고, 아빠씨만으로 태어날 아이도 없습니다. 오직 엄마아빠가 씨앗을 하나씩 내놓아서 하나로 맺을 적에 태어나는 아이입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어른이 되듯, 모든 어른은 ‘두씨한몸’인 사람입니다. 두씨란 두빛이고 두넋이며 두얼입니다. 두길이며 두꿈이요 두바람이에요. 여태껏 벼슬판을 비롯한 숱한 자리를 얼뜨거나 넋뜬 사내가 움켜쥔 모습은 참으로 멍청하고 어이없어요. 그러면, 이렇게 멍청하고 어이없던 판과 자리와 마당과 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갈아엎거나 갈고닦거나 갈아치워야 아름다울까요?
《카이니스의 황금새》는 넉걸음으로 단출히 줄거리를 여밉니다. 가시내라는 몸과 이름으로는 어떤 글도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책을 손에 쥐어 읽을 수도 없던 무렵에 글나래를 펴려는 꿈을 스스로 키우고 가꾼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여줍니다. 여러모로 보면, 이 줄거리에 나오는 사람은 ‘조르주 상드’를 닮습니다. 누구나 말을 하듯 누구나 글을 쓰면 되고, 누구나 이야기를 즐기듯 누구나 ‘이야기짓기(문학창작)’을 하면 됩니다. 단출하고 마땅하고 수수하고 쉬운 살림길입니다. 그저 이렇게 단출하고 마땅하고 수수하고 쉬운 살림길을 사내끼리 글담을 높이 둘러치면서 망가뜨렸을 뿐입니다.
모든 글순이가 글을 아름답게 쓴다고 여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태 숱한 글돌이가 무슨 글을 남겼는지 짚어야겠지요. 우리나라만 보아도 “지난날 글돌이”는 오롯이 임금을 섬기면서 탱자탱자 노닥거리던 나날을 글로 담았습니다. 살림하는 이야기라든지,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돌보는 이야기라든지, 사람이 사람으로서 빛나는 이야기라든지, 들숲메바다를 푸르게 헤아리는 이야기라든지, 푸른별에 깃든 수수께끼를 푸는 이야기라든지, 너나들이로 어깨동무하는 한살림을 들려주는 이야기라든지, 그저 참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무엇인지 밝히는 이야기라든지, 하루하루 손수 가꾸고 몸소 돌보며 스스로 일구는 이야기는 아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 글밭을 글순이가 널리 가꾸는 나날로 바뀌었는데, 오늘날 어떤 글이 우리나라에서 넘실거리는지 되새길 노릇이에요. 우리는 사람과 살림과 사이와 새와 사랑과 숲을 얼마나 수수하면서 슬기롭게 글로 옮기는 길인가요? 우리는 이 푸른별에서 어깨동무를 어떻게 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는가요? ‘참’이 무엇인지 어떻게 밝히나요? ‘손수·몸소·스스로’ 짓는 하루를 쉽고 부드럽게 어린이 곁에서 나긋나긋 들려줄 만한 글빛을 선보이나요?
붓만 쥐기에 붓꾼일 수 없습니다. 글을 좀 써서 팔았기에 글꾼이라 여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 ‘몸’이라고 하는 옷과 그릇을 차분히 짚으면서 ‘마음’이라는 빛과 그릇을 참하게 헤아리면서 살면 된다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몸도 그릇이고 마음도 그릇인데, 몸은 “옷이라는 그릇”이고 마음은 “빛이라는 그릇”으로 다른 줄 알아볼 노릇이기도 합니다. 겉옷을 이루는 몸에 얽매이면 서로서로 몰라보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힙니다. 겉옷을 이루는 몸은 누구나 다르되, 빛으로 이루는 마음은 누구나 나란한 줄 알아차리려고 하면 시나브로 눈뜨면서 깨어나요.
누구나 엄마아빠 숨결을 나란히 받고서 이 별에 태어납니다. 가시내도 사내도 엄마랑 아빠가 어버이로서 함께 사랑으로 씨앗을 한 톨씩 나누었기에 “새롭게 하나인 빛”으로 태어납니다. “두빛을 한몸에 입은 나”는, “두빛을 한몸에 받은 너”를 마주보고 만나면서 “새롭게 두빛을 한몸에 싣는 길”을 잇고 짓습니다.
말을 옮기기만 하면 글시늉입니다. 보기좋게 꾸미기만 하면 글흉내입니다. 시늉도 흉내도 아닌 ‘살림짓기’라고 하는 하루를 펼쳐내기에, 글꾼을 따로 ‘지음이(지은이·짓는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서로 지음이로 만나면서 활짝 웃고 환하게 노래하고 하늘빛으로 어울리는 사이입니다.
ㅍㄹ
“친구이자 작가 동료로 성별은 관계없이. 그렇게 해준다면 난 반드시 마일즈를 신용할 수 있을 거야.” (27쪽)
“난 케이티가 있어서 운이 좋았어. 언제나 천진난만하고 즐거워 보이니까. 덕분에 여자로 태어난 시점에 모두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어.” “무슨 심각한 말씀을.” “아니, 너무 심각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30쪽)
“난 내 그릇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아. 그릇이 전부가 아니니까. 다만 출산과 관련된 것만은 그릇의 존재가 무거워서.” (47쪽)
‘방치해 두었던 상처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벌어져 피가 흐른다. 그대로 계속 피가 흐르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65쪽)
“마일즈, 난 줄곧 여자 취급을 당해왔어. 여자 취급이란 건, 인간 취급과는 달라. ‘여자니까 이렇게 생각하겠지, 여자니까 해도 소용없겠지, 여자니까 무지해서 모르겠지’, 일단 그런 식으로 여겨진다는 뜻이야.” (162쪽)
#カイニスの金の鳥 #秦和生
《카이니스의 황금새 3》(하타 카즈키/장혜영 옮김, YNK MEDIA, 202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