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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고양이 11
후카야 카호루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11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7.12.
놀고 노래하는 길에
《밤을 걷는 고양이 11》
후카야 카호루
이은주 옮김
미우
2025.11.30.
오들오들 떨지 않으면 겨울이 아니고, 후끈후끈 땀을 내지 않으면 여름이 아닙니다. 춥다가 더운 철로 옮아가는 날씨요, 덥기에 추운 철로 갈마드는 나날입니다. 우리는 네 갈래로 다른 철을 맞이하고 바라보면서 천천히 눈길을 익히고 손길을 가다듬습니다. 누구나 네 가지 철을 새롭게 마주하고 품으면서 차분히 마음을 돌보고 몸을 추슬러요.
갈수록 얼음바람(에어컨)이 늘면서 여름에 땀을 안 흘리거나 꺼리기 일쑤입니다. 여름에는 오히려 긴옷을 걸치는 사람이 늘고, 겨울에는 거꾸로 짧은옷차림인 사람이 늘어요. 철을 잊고 잃으면서 마음과 몸도 길을 잊고 잃는다고 할 만합니다. 누리밭 또는 가두리 또는 씌움집 또는 물짓기라 할 ‘스마트팜’으로 낟알이나 푸성귀나 열매를 얻을 적에는 해바람비라는 철을 모조리 잊고 잃는 얼개입니다. 해바람비를 머금는 땅에서 자라야 벼와 밀과 숱한 낟알이 제대로 영글어요. 우리는 벼나 밀이라는 모습을 거쳐서 해바람비를 맞아들이는 삶입니다.
《밤을 걷는 고양이 11》를 돌아봅니다. 앞선 열걸음과 매한가지로, 길고양이가 길을 거닐면서 숱한 이웃을 마주하는 나날을 들려줍니다. 길고양이라서 “지붕 있는 집”이 아닌 “지붕 없는 들”에서 지냅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요. 으레 배고프며 노상 지치거나 힘겹습니다. 언뜻 보면 혼자 먹고살기에도 버겁거나 빠듯한 나날일 텐데, 여러 길고양이는 다른 길고양이와 다른 이웃(새)에다가 다른 사람한테 마음을 기울입니다.
사람은 다른 숨결한테 얼마나 마음을 기울이는 하루일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사람이 깃들 집을 높다랗게 세우려 하면서 굼벵이나 잠자리한테 물어볼까요? 나무나 풀씨한테 물어볼까요? 해나 바람한테 물어볼까요? 냇물이나 돌한테 물어볼까요?
그냥 파헤치거나 허물어도 될 들숲메바다란 없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베어서 기둥이며 서까래이며 들보이며 세간으로 삼더라도, 나무한테 고맙다고 절할 노릇입니다. 들딸기 한 알을 얻을 적에도, 들딸기한테 고맙다고 손을 내밀 노릇입니다.
놀이를 잊기에 일을 잊고, 노래를 잃으니 살림을 잃습니다. 놀이하는 마음을 되새기기에 아이어른이 나란히 즐거운 보금자리입니다. 노래하는 하루를 짓기에 뭇이웃과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빛나는 마을이자 터전입니다.
사람은 나하고 너 사이를 사랑으로 이으며 살아가기에 아름답습니다. 나하고 너 사이를 잇지 않는다든지, 사랑을 잊을 적에는 추레합니다. ‘나·너’는 사람만 가리키지 않아요. 사람과 사람도 ‘나·너’요, 사람과 나무도 ‘나·너’이며, 사람과 나비도 ‘나·너’입니다. 푸른별에서는 누구나 ‘나·너’이기에, 스스럼없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한동아리를 이루면서 다함께 놀고 노래하면서 노느는 길을 열 수 있는 사람입니다.
ㅍㄹㄴ
“전후 몇 년 동안 아버지는 왼팔만으로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리셨다. 한 사업가가 부상병인데 너무한다며 사무직으로 고용해 주었다. 그 후 승진도 하셨다. 장례식에 온 이웃들이 말했다. 아버지는 팔이 있었으면, 형님이 있었으면,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 인생을 살 수 있었다면, 아무것도 필요없으셨을 거야.” 17쪽
“까마귀들이 재미있게 놀아줬어?” “논 거 아냐. 사냥이야. 다음엔 잡을 거야. 그럼 배불리 먹자!” “그거 고맙구나.” 33쪽
“여보! 우리 집 주변을 쓸어야지. 화낸단 말이야.” “당신은 시야가 좁은 게 문제야. 나는 지구를 청소하는 거라고.” 37쪽
“오늘 시내에서 여자애가 30년 전에 내가 입었던 거랑 똑같은 원피스를 입고 있더라고! 나도 30년 전엔 저렇게 젊었는데∼ 꿈만 같아.”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졌나요?” “아, 그렇진 않아. 지금이 더 행복하거든.” 167쪽
“왜 그러냐?” “아.” “오오, 무지개! 쥬로, 처음 봤니? 그래, 혼자서 보기엔 너무 아름답고 너무 크지. 쥬로 덕분에 오랜만에 하늘을 봤네.” 183쪽
#夜廻り猫 #深谷かほる
《밤을 걷는 고양이 11》(후카야 카호루/이은주 옮김, 미우, 2025)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졌나요
→ 그때로 돌아가고 싶나요
167
혼자서 보기엔 너무 아름답고 너무 크지
→ 혼자서 보기엔 무척 아름답고 몹시 크지
→ 혼자서 보기엔 아주 아름답고 참말 크지
183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