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플래그
오시키리 렌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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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7.10.

만화책시렁 861


《붉은색 플래그》

 오시키리 렌스케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6.1.31.



  함부로 없애도 되는 목숨이란 없습니다. 어느 목숨이든 함부로 죽이면 이 별이 흔들리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작은목숨을 쉽게 함부로 죽입니다. 작은이웃을 쉽게 가볍게 내칩니다. 작은숲을 쉽게 아무렇게나 밀어서 없앱니다. 작은벌레를 쉽게 철썩 내리쳐서 죽입니다. 작은아이를 쉽게 버젓이 팽개칩니다. 《붉은색 플래그》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만나서 새롭게 모레로 잇는 사람들 사이를 그리는 얼거리입니다. 어제를 살던 누가 있기에 오늘을 사는 누가 있고, 오늘을 사는 누가 있어서 앞으로 태어나서 살아갈 누가 있다지요. 얼핏 못나거나 모자라 보이는 사람일 수 있지만, 못나거나 모자라더라도 문득 마음에 심은 사랑이라는 씨앗 한 톨이 있어서 새롭게 아이가 태어납니다. 비록 아이를 돌볼 줄 모르기도 하고, 아이를 팽개치기까지 할 수 있지만, 아이는 하나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무럭무럭 자라곤 합니다. “태어난 사랑”으로 넉넉하기에 “낳을 사랑”을 그리는 아이들이 숱하기에 이 별이 어제오늘모레를 가만히 이으면서 흐를 수 있습니다. 어떤 대단해 보이는 일을 해야 대단하지 않습니다. 무슨 훌륭한 보람을 쌓아야 훌륭하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살림을 짓는 누구나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마련입니다. 사랑은 먼발치에 없습니다.


ㅍㄹㄴ


‘친구가 안 생기는 이유는 환경 탓이 아니다. 내 탓이다. 구원은 사람에게서 오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솔직해질 수 있는데.’ 33쪽


‘옛날 여자들은 세상의 눈치를 보며 숨죽여 살았다. 지금은 달라. 긴자의 교차로를, 마루노우치 빌딩의 백화점을, 당당하게 활보할 수 있는 시대.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 이 시대를 여자로서 마음껏 즐길 거야.’ 101쪽


#押切蓮介 #アカイロフラグ


+


《붉은색 플래그》(오시키리 렌스케/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6)


너도 참 특이하다. 심령장소에서 점심이라니

→ 너도 참 남다르다. 깨비터에서 낮밥이라니

→ 너도 참 유난하다. 깨비자리에서 참이라니

15쪽


너 수족냉증 엄청 심한가 보네

→ 너 엄청 찬손발인가 보네

→ 너 손발이 한겨울인가 보네

→ 너 손발이 얼어붙었나 보네

→ 너 엄청 추위앓이인가 보네

25쪽


외지인 주제에 왜 어슬렁거리고 난리야

→ 떠돌이 주제에 왜 어슬렁거리고 나대

→ 바깥놈 주제에 왜 어슬렁거리고 떠들어

42쪽


이 비국민 자식

→ 이 각다귀 녀석

→ 이 망나니

→ 이 나쁜놈

→ 이 허튼놈

52쪽


정말 가슴이 간즐간즐거려

→ 참말 가슴이 간즐간즐해

→ 아주 가슴이 간즐거려

106쪽


내가 색골일 리 없잖아

→ 내가 난봉일 턱 없잖아

→ 내가 엉큼할 일 없잖아

→ 내가 추레할 수 없잖아

113쪽


이렇게 몇 번이고 계속 충고하러 오게 만들고 말이야

→ 이렇게 자꾸 가르치러 와야 하고 말이야

→ 이렇게 또또 들려주러 와야 하고 말이야

→ 이렇게 다시 말하러 와야 하고 말이야

145쪽


네가 정상적인 연애를 해서 아이를 낳지 않으면 세계선이 무너져 버려

→ 네가 제대로 사랑을 해서 아이를 낳지 않으면 누리금이 무너져 버려

→ 네가 번듯이 사랑을 해서 아이를 낳지 않으면 온금이 무너져 버려

147쪽


이 세상이 얼마나 순애로 이루어져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 이 땅이 얼마나 사랑타령인지 새삼 느낍니다

→ 이곳이 얼마나 맞사랑인지 새삼 느낍니다

→ 여기가 얼마나 사랑놀이인지 새삼 느낍니다

15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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