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건져내어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건져내었더니, 보따리부터 내놓으라고 큰소리친다는 옛말이 있어. 목숨이 간당거릴 적에는 목숨만 살리면 다 내주겠노라 읊지만, 막상 목숨줄이 붙으면 다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는 손아귀에 돈을 쥐려고 한다지. 넌 어때? 넌 밤마다 죽고서 아침마다 살아나는데, 밤에 죽으면서 무엇을 바라니? 아침마다 일어나서 “고맙습니다! 이 하루를 사랑으로 살겠습니다!” 하고 다짐하니? 아니면, 아침에 일어나면서 “간밤에 죽은 줄 까맣게 잊”고는 그저 어제하고 똑같이 쳇바퀴를 도니? 누구나 날마다 죽고서 살아나. 낮잠을 이룬다면 낮나절에 다시 죽고서 살아나는 셈이야. 예부터 ‘잠들다 = 죽다’로 보았어. ‘깨다= 살다’로 여겼지. 밤과 낮이 오가듯, 죽고서 살아나는 하루를 잇기에 ‘삶’이 태어나. 아침저녁으로 살고서 죽으니, 스스로 살리면서 사람으로서 사랑할 길을 그리고 생각하지. 밤에 잠들며 죽는 나날이 있기에, 온누리 뭇숨결은 둘레를 보면서 ‘나’ 곁에 있는 ‘너’를 마주하고 이야기한단다. 밤에 잠들면서 쉬는 길을 싫어하거나 아까워하거나 무서워하면서 스스로 목숨줄을 갉아. 그러니까 모든 숨붙이는 날마다 죽고서 새로 태어나기에 날마다 허물벗기를 크게 해. 날마다 ‘내려놓기’와 ‘일어서기’를 배워. 배우고 익히며 철들기에 나이를 머금어서 낳을 수 있어. 배우고 익히는 ‘내려놓기·일어서기’라는 ‘죽살이’를 기쁘게 여기지 않을 적에는, 안 배우고 안 익히니까 철이 안 들어. 너는 뜻깊거나 커다란 일을 할 까닭이 없어. 바로 이 하루를 살아가며 오늘을 생각하고 온날을 사랑할 노릇이란다. 밤마다 잠들며 죽은 너를 누가 아침마다 건져낼까? 널(날) 건져내는 님은 누구일까? 찬찬히 헤아려 봐. 2026.6.28.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