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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Q 1
아마가쿠레 기도 지음, 오경화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1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7.4.
살짝 스치는 사이
《살랑살랑 Q 1》
아마가쿠레 기도
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1.30.
안드레아스 모리츠 님이 쓴 《암은 병이 아니다》나 《햇빛의 선물》이나 《놀라운 몸과 마음의 힘》 같은 책이 있습니다. 이반 일리치 님이 쓴 《병원이 병을 만든다》나 《학교 없는 사회》나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같은 책이 있습니다. 책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습니다만, 온몸과 온마음을 다하여 온누리를 사랑하려는 이슬떨이가 남긴 살림빛이 깃드는 책이 있어요. 《아나스타시아 1∼10》(블라지미르 메그레) 같은 꾸러미도 아이어른이 함께 읽고 새기면서 오늘을 돌아보고 앞길을 헤아릴 길잡이 노릇을 하리라 봅니다.
‘좀(암)’은 빛(축복)이 아니라 여기기 일쑤이지만, “빛으로 가는 길을 처음부터 새로 바라보고 배우는 오늘을 살아가자”고 넌지시 내미는 손길이라고 느낍니다. 웬만한 몸앓이나 마음앓이를 치르더라도 멈추거나 뒤돌아보지 않기 일쑤이거든요. 바쁘디바쁜 오늘날에는 ‘좀(암)’이라는 몸앓이를 맞닥뜨릴 적에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여태까지 하던 일을 몽땅 멈추고서 처음부터 삶을 다시 짚더군요.
큰앓이는 큰길로 돌아서는 여울목입니다. 나쁘게만 여기니 싫어하거나 미워합니다. 싫어하거나 미워하기에 스스로 불길을 쌓습니다. 어느새 스스로 불태워서 목숨줄을 갉습니다. 가시밭길이건 자갈길이건 앞으로 나아가면서 마주하는 새길이라고 여기면, 가시에 긁히거나 자갈에 발바닥이 아파도 새록새록 배우는 발걸음으로 잇습니다.
《살랑살랑 Q》는 한집안에서 한참 막내로 지내는 아이가 “왜 나는 언니오빠처럼 반짝이는 몸과 몸짓이 없을까?” 하고 근심하고 조바심을 내는 나날을 줄거리로 삼습니다. 누구보다 착하고 참하지만 수수하고 털털한 몸과 몸짓인 막내가 차근차근 속빛을 가꾸는 길을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어요.
하루하루 빛나는 오늘을 누리고 가꾸면서 짓는 작은 발걸음이기에 스스로 깨어납니다. 서두르면 지칩니다. 느긋하면 오래오래 하나하나 헤아리면서 차분히 이 삶을 노래하는 씨앗 한 톨을 심습니다. 바쁘면 고단합니다. 너그러우면 언제나 곰곰이 짚으면서 차곡차곡 이 살림살이를 사랑하는 씨앗 두 톨을 나란히 묻어요.
모든 일은 우리가 얼마나 배우느냐에 따라 알맞게 흐릅니다. 말썽을 일으킨 놈이라 하더라도 틀(법)에 따라 알맞게 다스리려면, 차근차근 길을 밟아 나아가면서 잘잘못을 가리게 마련입니다. 이러자면 제법 여러 달이나 여러 해가 걸립니다. ‘죽일놈’이라 하더라도 이튿날 바로 목을 쳐서는 안 된달까요. ‘죽일짓’을 깨닫고 느끼고 받아들일 틈을 두어야, 비로소 ‘죽일놈’이 저지른 ‘죽일짓’을 바로 그놈 스스로 바라볼 수 있어요. 우리도 그놈 둘레에서 ‘배울거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쩐지 바보짓·죽일짓을 일삼은 무리를 차근차근 다스리는 길에서 ‘배울거리’가 무엇인지 못 느끼거나 안 느끼려 하는구나 싶습니다. 그놈한테 돌을 던질 까닭도 없으나, 그놈을 감쌀 까닭도 없거든요. 우리가 할 일이란, 어느 놈을 마주하는 삶을 겪으면서, 이 삶을 어떻게 가꾸는 슬기로운 눈과 손과 몸과 마음으로 거듭나느냐라고 봅니다.
《살랑살랑 Q》에 나오는 아이와 어른도 매한가지입니다. 더 빨리 언니오빠처럼 잘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더 일찍 엄마아빠처럼 솜씨있게 할 줄 알아야 하지 않습니다. 거꾸로 보아도 같아요. 동생이 먼저 잘 해낼 수 있고, 엄머아빠가 영 서툴 수 있습니다. 어느 쪽도 안 대수롭습니다. 누가 먼저 하든 늦게 하든 서로 돕고 돌아보면서 동무하며 나아가는 하루입니다.
살짝 스치는 바람을 느끼면 됩니다. 가만히 지나가는 구름을 느끼면 됩니다. 바람은 잘 불어야 하지 않습니다. 구름은 잘 끼어야 하지 않습니다. 잘생긴 바람이나 구름은 없습니다. 멋스런 바람이나 구름도 없습니다. 바다와 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자리와 사람도 똑같습니다. 잘나거나 예쁜 사람은 따로 없습니다. 참말로 없습니다. ‘겉눈’을 감고서 바라볼 노릇입니다. 눈에 씌운 들보를 걷어내고서 마주볼 노릇입니다. 겉옷이 아니라 속마음을 바라보아야 비로소 빛을 나누고 누리면서 반짝입니다.
ㅍㄹㄴ
“왜? 왜 하루한테는 안 통하는 거야?”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16쪽)
“이런 거 좋아하지?” “어? 으응. 어떻게 알았어?” “하루를 잘 지켜보고 있으니까!” (64쪽)
‘난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저쪽의 내가 되고 싶은 건가? 이쪽의 나인 상태로 노력해 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휘청휘청 살랑살랑.’ (87쪽)
“내가 노력하고 싶은 거였어. 노력하는 나 자신을, 내가 좋아하고 싶은 거였어. 내가 나 자신을 좋아하고 싶어서. 그러니까 미안해. 하루가 이렇게 잘 해줘도, 난 변할지도 몰라.” (122쪽)
“자신의 장점은 잘 모르는구나? 내가 옆에서 알려줘야겠네.” (123쪽)
#ゆらゆらQ #雨?ギ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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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Q 1》(아마가쿠레 기도/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
난 어떨 거 같아? 가망이 있을까?
→ 난 어떨까? 길이 있을까?
→ 난 어때? 빛이 있을까?
→ 난 어떠할까? 될까?
7쪽
여우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탄로난다고 해도
→ 여우네 아이인 줄 둘레에 들통난다고 해도
→ 여우 아이인 줄 드러난다고 해도
→ 여우 아이인 줄 안다고 해도
10쪽
8인분이라 해마다 고민돼
→ 여덟몫이라 해마다 걱정
21쪽
사정을 아는 소꿉친구 하루의 도움도 있어서 매일매일 즐겁습니다
→ 속내를 아는 소꿉동무 하루가 도와서 날마다 즐겁습니다
→ 밑동을 아는 소꿉동무 하루가 도우니 언제나 즐겁습니다
36쪽
이 자연스러움, 가식적이지 않습니다
→ 이 꾸밈없음, 번드레하지 않습니다
→ 이 곱살함, 겉치레가 아닙니다
45쪽
얼마죠? 변상할게요
→ 얼마죠? 낼게요
→ 얼마죠? 물게요
→ 얼마죠? 치를게요
53쪽
엄마랑 아빠가 해외여행에서 돌아오셔
→ 엄마랑 아빠가 바깥마실에서 돌아오셔
→ 엄마랑 아빠가 먼길에서 돌아오셔
65쪽
다들 이렇게 자연스럽게 재색겸비잖니
→ 다들 이렇게 가만히 어울꽃이잖니
→ 다들 이렇게 사근사근 아울빛이잖니
6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