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집 - 보림 창립 50주년 기념 그림책 내일의 책
이혜리 지음 / 보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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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7.3.

그림책시렁 1791


《기억의 집》

 이혜리

 보림

 2026.3.25.



  누구나 하나인 마음이기에 잊거나 잃는 일은 없습니다. 돌아보고 싶지 않다고 여겨서 살며시 닫아걸 수 있되, 닫아걸기에 사라지는 일이 없어요. 닫아걸 뿐입니다. 꾹꾹 눌러놓기에 없지 않아요. 눌려서 안 보일 뿐입니다. 마음을 마주하면 모두 볼 수 있고, 마음을 마주하지 않으면 코앞에 있어도 못 알아봅니다. 《기억의 집》은 책이름부터 “기억의 집”처럼 굳이 일본말씨를 씁니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 스스로 이미 종살이(일제강점기)를 잊어버린 탓에 그토록 시달리던 말늪과 말굴레를 스스로 뒤집어쓴다고 할 만합니다. 1945∼48해에 나온 숱한 책을 뒤적이면 “반세기 가까이 익숙한 글(일본글)을 버릴 수 없다”고 외친 글꾼이 수두룩했습니다. 피비린내가 훑은 뒤에도 일본말씨를 안 버렸고, 총칼로 나라를 가로챈 무리는 아예 일본말을 대놓고 썼고, 1980해에 새로 총칼로 나라를 억누른 무리도 일본말씨를 즐겼습니다. 이미 우리는 뭐가 뭔지 까맣게 잊어버린 사람입니다.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는 길을 잊은 채 앞길을 내다보는 눈도 잃었다고 할 만합니다. ‘말’ 한 마디가 뭐 대수롭냐고 여기는 분이 수두룩합니다만, ‘말’은 언제나 ‘마음소리’입니다. 말 한 마디를 그냥그냥 되는대로 쓸 적에는 마음을 그냥그냥 되는대로 흘린다는 뜻이요, ‘마음을 이루는 삶’도 그냥그냥 되는대로 흘려보낸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어제와 오늘을 곰곰이 짚고 되새기면서 앞날을 그리려면 언제나 ‘가장 수수한 말 한 마디’부터 다독이면서, 마음과 삶을 푸른숲으로 돌볼 줄 알아야 합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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