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끈 (2023.5.20.)

― 부산 〈대영서점〉



  마음을 기울여서 나누면 마음이 돌아옵니다. 마음이 없이 오가는 말이라면 헛울림으로 감돌다가 스러집니다. 마음이 없이 뻗은 손길이라면 겉스치면서 사라집니다. ‘애쓰다·손쓰다·마음쓰다’ 같은 길이 있고, ‘이름쓰다·돈쓰다·힘쓰다’ 같은 길이 있습니다. 낫거나 나쁜 길이 아닌, 서로 다르게 뻗는 길입니다. 달구지가 끝없이 씽씽 달리는 길에는 사람도 짐승도 풀벌레도 새도 못 지나갑니다. 땅강아지와 쇠똥구리가 지나가는 길이라면 사람도 새도 벌나비도 지나갑니다.


  오늘날 숱한 글길(신문·잡지·책)은, ‘글’에 무엇을 담으려는지 곱씹어 봅니다. 이야기와 살림과 사랑이라는 빛을 담는다면 모두 아름답고 즐겁게 마련입니다. 이와 달리 돈이며 이름이며 힘을 거머쥐려는 뜻을 담는다면 ‘글시늉·글장난’으로 치달아요. 이때에는 ‘글주먹(문화폭력·폭력문학)’이기도 합니다.


  온통 글시늉이 판치는 글밭이던 나라에 잔물결을 일으키려는 사람은 늘 새롭게 나타납니다. 《학원》과 《뿌리깊은 나무》 같은 달책은 밑자리에서 땀흘리지만 언제나 따돌림받는 사람들 곁에 서면서 글붓을 이었습니다. 1993해부터 조금조금 물결을 치던 ‘누리모임(피시통신·인터넷카페)’은 ‘누구나글밭’이라는 길을 일으켰어요. 글이란 참으로 누구나 쓰면서 나눌 노릇인데, 담(등단)이라고 하는 돌더미를 쌓고서 끼리끼리 주고받는 틀이 단단한 나라이거든요.


  어느 책집도 ‘책집종이(책집자격증)’로 열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이(졸업장)를 받아야 글을 쓸 수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이(자격증)를 따내야 글을 읽을 수 있지 않습니다. 삶을 짓는 살림을 펴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일군 누구나 사랑으로 쓰기에 아름다운 글 한 자락입니다. 살림길을 노래하고 사랑길을 기뻐하며 도란도란 어울리는 보금자리에서 하루를 마주하며 읽기에 눈을 밝게 틔웁니다. 쓰기와 읽기는 겉쓰기·겉읽기가 아닌 속쓰기·속읽기와 마음쓰기·마음읽기이면 됩니다.


  부산으로 깃들어 보수동책골목으로 갑니다. 〈대영서점〉에 등짐을 내리고서 책시렁을 살핍니다. 이미 읽은 책을 다시 끄집어서 돌아봅니다. 이제 처음 펴는 책을 설레면서 넘깁니다. 바깥일을 보다가 집으로 돌아가며 읽을 책을 고릅니다. 이웃님한테 드릴 책을 얹습니다.


  지난날에는 아이들이 매바심에 시달리고 돈을 바치라는 억지에 울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낡은 굴레를 벗고서 걷어내는 일을 하면서 오늘을 밝힙니다. 누구나 사람으로서 웃고 울며 이야기하는 새길을 바라보기에 의젓하게 읽고 씁니다. 낡은 끈(지연·학연)이 아닌 새로운 끈(함께·같이)을 바라보며 읽고 쓰는 하루입니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프란츠 카프카/김윤섭 옮김, 덕문출판사, 1978.1.15.)

#Ein Bericht fur eine Akademie #FranzKafka

《민요기행》(신경림, 한길사, 1985.9.15.첫/1986.6.18.4벌)

《영남지방 전래민요집》(조복향 엮음, 백상, 1993.4.1.)

《돌의 庭園》(니코스 카잔타키스/이윤기 옮김, 고려원, 1985.1.1.)

《만화로 여는 세상》(손상익, 고려원미디어, 1996

《탁구》(편집부 엮음, 동아문예,

《복음노래 율동모음》(나하나,

《길은 마을에 닿는다》(김완하, 문학사상사, 1992.7.30.)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김남주·송기원 외, 한마당, 1986.3.28.)

- 옥중시인 미발표 시모음

《모독冒瀆》(박완서 글·민병일 사진, 학고재, 1997.1.25.)

《유리장이의 아이들》(마리아 그리페 글·하랄트 그리페 그림/안인희 옮김, 비룡소, 2006.10.30.첫/2011.7.15.3벌))

#GlasblasarnsBarn 1964년

《0심이》(배금택, 대흥, 1991.

- 구덕서림. 구 부산여고 앞.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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