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5.30.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최은경 글, 덴스토리, 2017.5.1.



마을할매는 04시부터 곤드레밭에서 곤드레를 벤다. 나는 05시부터 자루에 곤드레를 눌러담아서 묶는다. 할매들 낫질은 갈수록 더디다. 할매들은 곤드레를 베어 큰바구에 놓고, 나는 큰바구니를 자루에 부어서 비운다. 아침해가 돋을 무렵 할매는 얼굴이 달아오르며 고되어 하는데 아무도 ‘쉬자’는 말씀을 못 한다. 물병을 들고서 한 분씩 찾아가서 “한 모금 마시면서 숨 좀 돌리셔요.” 하고 여쭌다.


밭일 막바지에 오른허리를 삐끗했다. 폭 주저앉을 만큼 아프지만 끝까지 견디며 일손을 마무른다. 마을 윗샘에도 손발과 낯을 씻고서 집으로 돌아와 몸씻이를 하고서 옷을 갈아입는다. 두 시간쯤 죽은듯 쓰러져서 허리와 손발을 다독인 뒤, 큰아이가 허리를 한참 주물러 주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시 씻고서 쉬다가 17:00 시골버스로 면소재지에 간다. 미리뽑기를 한다. 숲정이 오디를 조금 훑고서 택시로 집에 돌아온다.


어찌저찌 뽑기를 해냈다. 힘들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제는 고흥읍 뽑기터가 엉망이라 할 수 없었고, 오늘은 마을 할매가 갑자기 도와주기를 바라셔서 엉겁결에 달려가서 한낮까지 일손을 거든 뒤에 삐끗허리를 다독이다가 마지막 17:00 시골버스로 면소재지에 갈 수 있었다.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돌아본다. 정 틈이 없기에 “하루 11분”이라고 못을 박았을 텐데, 어른끼리 읽는 책도 아닌, 아이랑 나란히 읽는 그림책인데 “하루 11분”이라니, 너무한다. 아이하고 보낼 틈을 내야 하지 않나? 글쓴이는 〈오마이뉴스〉 글꾼(편집기자)인데, 그곳조차 아이곁에 머물 틈을 못 낼 만큼 후들거린다는 뜻일까.


아이하고 그림책을 누려 보면 알 텐데, “하루 한나절 그림책”을 해도 모자란다. 아이는 그림책 한 자락을 골(10000)을 가볍게 되읽는다. 아이는 “더 많은 그림책 읽기”를 안 바란다. 아이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끝없이 되읽기”를 바란다. 고작 하루 11분으로 그림책을 휙 지나친 탓인지, 숱한 그림책에 흐르는 밑뜻을 못 짚거나 잘못 짚은 대목이 자꾸 보인다. 또한 겉치레와 눈가림으로 붓질에 치우친 그림책을 솎아내는 눈을 찾아볼 수 없다.


아이가 태어나기 때문에 읽는 그림책이 아니다. 아이가 없어도 그림책부터 읽어야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다. 사내도 가시내도 마찬가지이다. 글만 있는 책을 읽는다면 스스로 옭아매는 수렁이다. 그림책과 만화책과 동화책부터 늘 곁에 두면서 삶과 살림과 사랑과 숲을 하나로 여미는 눈썰미를 틔우지 않는다면, 안타깝지만 ‘사람빛’을 그만 다 놓치게 마련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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