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흰노란



  어느 해에는 늦겨울에 흰민들레부터 올라왔다. 올해에는 첫봄 한복판에 텃노랑부터 올라오고, 첫봄 끝자락에 흰민이 올라온다. 오늘(2026.4.2.) 세어 보니 텃노랑은 거의 온(100) 송이에 이르고, 흰민은 다섯 송이 즈음이다. 곧 흰민도 온 송이를 넘겠지.


  모과꽃망울이 하나둘 오른다. 이제 모과꽃을 훑을 철이다. 멧딸기꽃은 아직 멀고 찔레싹도 더 기다려야 나물로 삼을 수 있다. 돌나물은 아직 가늘다. 살갈퀴하고 갈퀴덩굴이 나란히 오른다. 갓은 장다리를 올려서 노랗게 꽃을 피운다. 아이들이 올해에는 벌을 거의 못 본다고 얘기한다. 벌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너무 적다. 벌뿐 아니라 나비도 유난히 적은 올봄이다.


  새봄은 모든 풀잎과 나뭇잎을 나물로 누린다. 하나같이 반갑고 고맙다. 한결같이 새롭고 기쁘다. 아침에 마당에서 일하다가 제비 둘이 어울리며 바람을 가르는 춤짓을 보았다. 제비를 늘 보고 만날 수 있는 하루란 얼마나 놀라운가. 제비를 비롯해서 딱새에 뱁새에 박새에 참새에 동박새에 굴뚝새에 쇠박새에 할미새처럼 조그마한 새가 언제나 잔치를 이루듯 날고 노래한다.


  낮에는 직박구리가 “너희 왜 마당에 있어? 너희가 거기 있으니 내(직박구리)가 거기서 못 놀잖아?” 하고 한참 지저귄다. 그래, 너도 놀고 싶지? 우리도 볕바라기로 놀고 싶어. 그냥 우리 눈치 보지 말고 놀다가 가면 돼.


  이웃한테 띄울 책에 넉줄글을 적는다. 이 봄에 서로 빛나는 눈망울로 싹트자는 마음을 그린다. 우리는 아무리 멀리 다른 고을에서 살아도 한 하늘을 이고 한 구름을 만나고 한 별무리를 바라본다. 우리는 바로옆에 붙는다지만 딴마음이라 내내 딴청이다가 헤어진다. 우리는 이 별에서 언제나 한동아리로 어울리고 만나고 떠난다. 우리는 이 별을 품은 온누리를 아우르는 다 다른 별씨를 속으로 품고서 다 다르게 하루를 살아내며 배운다.


  뒤꼍에 새로 심은 살구나무와 복숭아나무에 천천히 움이 튼다. 날마다 움을 들여다본다. 날마다 줄기를 쓰다듬는다. 무럭무럭 커서 우리집 뒤꼍나무로 든든히 서렴. 2026.4.2.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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