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4.23.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숀 비텔 글/이지민 옮김, 책세상, 2022.8.31.
비가 멎을까. 짙게 끼던 구름이 차츰 걷힌다. 마당에 서서 갓꽃내음을 맡으며 지난 열여섯 해를 돌아본다. 여태 풀꽃이 똑같이 피어난 적이 없다. 모든 풀꽃이 다 다른 철에 피고 지기는 하되, 고들빼기가 그득 덮으며 처마에 닿을 만큼 꽃대가 오르기도 했고, 모시밭을 이루기도 했고, 돌나물이 좍 덮기도 했고, 온통 부추밭이기도 했고, 붓꽃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비릿나물(어성초)로 뒤덮은 해가 있고, 초피나무 어린싹이 그득하기도 했는데, 몇 해 앞서부터 멧딸기가 고루 퍼지고, 올해에는 텃노랑(토종노랑민들레)으로 잔치이다. 손바닥만 한 땅뙈기에도 숱한 풀씨가 깃들어 철마다 새롭게 돋는다. 오늘은 작은아이하고 느티잎을 훑는다. 함께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오며 기스락숲에서 고사리잎을 슬쩍 훑기도 한다.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를 곱씹는다. 책을 좋아하는 시늉을 하지만, 정작 책사랑으로는 닿지 못 한 사람이 어느 모습으로 안쓰럽거나 안타까운지 짚는 줄거리라 여길 만하다. “허름한 책집에 꽃손님”이 아니라 “빛나는 책집에 허름나그네”가 찾아오니 고단하다고 외친다고 할 텐데, ‘책나그네’한테만 무어라 하기 앞서 ‘책쓴이’와 ‘책낸이’와 ‘책꾸민이’도 나란히 돌아볼 일이지 싶다. 돈을 거머쥐려고 책을 쓰거나 펴거나 파는 사람이 있듯, 돈이 먼저인 책나그네가 있다. 뽐내거나 자랑하려는 책나그네마냥, 뽐내거나 거드름을 피우는 글쓴이와 펴낸이와 꾸민이와 책집지기도 있을 테지.
#SevenKindsofPeopleYouFindinBookshops #ShaunBythell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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