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카시 장의사 4
Yukiko AOTA 지음, 박소현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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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3.14.

잘못했다는 말


《아야카시 장의사 4》

 아오타 유키코

 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6.1.30.



  하늘길을 읽는다는 나이인 쉰 살을 넘어서고 보니, 열 살과 스무 살과 서른 살과 마흔 살에 겪거나 배우거나 치른 숱한 일이 무슨 뜻이었나 하고 차분히 돌아볼 만합니다. 머잖아 예순 살과 일흔 살에는 쉰 살을 되집고서 예순 살을 곱씹을 테지요. 둘레에서는 ‘나이듦 = 나쁘다’로 자꾸 씌우려고 합니다. ‘나이듦 = 낡다·늙다’로만 옭아매려 하는데, 워낙 ‘나이’라는 우리말은 ‘낳’이라는 외마디로 적었습니다. 요샛말 ‘나이’를 쓰는 사이에 말밑인 ‘낳다’가 깃든 ‘나이’인 줄 까맣게 잊는다고 할 만합니다.


  해마다 새롭게 나이가 든다고 할 적에는 ‘낳’이 든다는 뜻이니, “낳을 줄 아는 슬기와 철”이 찬찬히 무르익는 얼거리입니다. 우리는 “낳으려고 나이를 머금”습니다. ‘낳다’는 ‘아기낳이’만 가리키지 않아요. ‘씨앗낳이’인 ‘낳다’입니다. 우리는 혼자서 아기를 못 낳아요. 우리는 오직 씨앗을 낳을 뿐입니다. 가시내도 사내도 저마다 씨앗 하나를 내놓을 뿐이요, 두 사람이 다른 씨앗을 하나씩 내놓아서 사랑으로 맺을 적에 비로소 새롭게 사람이 태어납니다. 이때에 사내는 새사람을 못 품고 가시내는 새사람을 품어요. 새사람을 품는 가시내는 새사람을 돌보는 몫이라 할 테고, 새사람을 못 품는 사내는 집일과 집살림을 도맡는 몫이라 할 테지요.


  여러모로 보면, 숱한 ‘낳다’ 가운데 ‘아기낳이’라 할 적에 사내가 집안일을 즐겁게 다 해야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적잖은 나라에서는 얼추 즈믄해나 두즈믄해 즈음 사내가 집일을 멀리하거나 팽개쳤습니다. 나라가 시키는 대로 쌈박질에 나서거나 벼슬자리를 거머쥐려고 ‘아기돌봄’뿐 아니라 ‘집일·집살림’을 가시내한테 혼자 맡으라고 떠넘겼어요. 미친짓이지요. 멍청굴레이고요. 이러다 보니 “집일을 안 하는 사내”는 철들지 않으면서 밖에서 맴돌다가 바람질을 한다든지 헤매거나 헤픕니다. ‘낳다’라는 길인 ‘나이’를 품을 적에는 집일과 집살림뿐 아니라, 들숲메바다를 품고서 아이한테 들려줄 이야기도 낳아야 할 텐데, 지난 두즈믄해 남짓 온갖 사내는 이 아름길을 스스로 걷어찼습니다.


  《아야카시 장의사 4》을 돌아봅니다. 썩 잘 빚는 줄거리는 아니라고 느낍니다. 이 그림꽃이 다루는 줄거리는 자꾸 쳇바퀴를 맴돈다고 느낍니다. 그래도 ‘잘잘못’을 조금 짚는다고는 느낍니다. 잘못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잘 하지 못 하다”이기에 줄여서 ‘잘못’입니다. 그러면 ‘잘’이란 무엇일까요. “자랑할 만큼 넉넉히 펼치는 길”이라서 ‘잘’이에요. 우리말 ‘잘’은 ‘억(億)’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매우 커다란 셈값인 ‘잘’이니까 남한테 크넓게 드러나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한테 크넓게 드러날 모습이 아니라서 ‘잘못’입니다.


  아이는 잘 하면서 자라지 않습니다. 아이는 숲을 푸르게 아우르는 잣나무마냥 젖(엄마젖)을 먹으면서 아름답게 자랍니다. 아이는 자랑을 하려고 자라지 않아요. 아이는 ‘잘’ 하거나 ‘잘못’ 하는 길이 아닌, 모두 처음부터 새롭게 배우고 느끼고 익혀서 철드는 어른으로 서려고 자랍니다.


  아이한테 섣불리 “잘했네, 못했네.” 하고 가르거나 따지지 않아야 할 노릇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불늪이 대단해요. 아이가 ‘서울대학교’쯤 들어가야 ‘잘’로 여기고, 적어도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붙어야 ‘잘’로 칩니다. 서울에서 벗어나거나 열린배움터에 얼씬하지 않으면 ‘못·잘못’으로 깎아내리기 일쑤입니다.


  물을 자아올리듯 살림을 자을(잣다) 수 있을 적에 ‘자라다’라 합니다. 짙푸르며 곱게 지필 줄 아는 손길과 눈썰미와 매무새로 가다듬기에 ‘자라다’입니다. ‘자랑’은 ‘재다’라 하는 몸짓입니다. 빠르거나 날래거나 따지거나 재미를 따지는 ‘재다·재미·재주’라는 늪에 갇히는 ‘잘’이에요. 수수한 낱말 한 마디에 서리는 삶결을 읽으려고 한다면, 아이한테 “잘했구나!” 같은 말은 함부로 안 합니다. 그저 “(네가) 했구나!”처럼 ‘하다’를 바라보면서 ‘낳다’라는 씨앗맺기와 씨앗심기와 씨앗나눔이라는 아름드리숲길을 걸을 적에, 서로서로 즐겁게 어울리는 사람으로 이곳에 설 만하다고 봅니다.


ㅍㄹㄴ


“촌장이 나쁜 거잖아. 어린애들한테 그런 명령을 하고, 눈보라 속으로 내쫓고, 죽을지도 모르는데.” 42쪽


“어째서 모두 누군가를 죽일 수가 있어?” 99쪽


“내가 싫어? 우리들 사토리는 그런 걸 알 수 있어. 보이거든. 마을은 시끄러운 놈들밖에 없어서, 여기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는데, 고양이 새들이 온 뒤론 기분 나쁜 감정만 보였어. 그리고 우연히 장의사가 지나갔던 거지.” 125쪽


“네 안은 모순투성이야. 이상해.” “원래 그런 거야. 인간도, 아야카시도.” 156쪽


“절대 동정 안 해. 너한테 어떤 과거가 있어도, 네 죄는 변하지 않아. 아빠도, 나도, 이 세상의 죄인들 모두.” 200쪽


#あやかしの葬儀屋 #あおたゆきこ


+


《아야카시 장의사 4》(아오타 유키코/박소현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6)


시간도 때울 겸 환술을 보여줘

→ 짬도 때우게 거짓꿈 보여줘

→ 심심한데 눈비움을 보여줘

12쪽


반신반의려나

→ 걱정이려나

→ 근심이려나

→ 아리송인가

→ 갸웃이려나

15쪽


상당한 난산이었던 모양이라

→ 무척 막낳이인 듯해서

→ 몹시 힘겨워서

→ 아주 죽을고비여서

1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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