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잊힌책 (2023.8.19.)

― 서울 〈숨어있는 책〉



  아름답게 태어났지만, 새뜸(언론)이 눈감고서 알리지 않거나 못하는 책이 숱합니다. 지난 어느 날에는 여러 우두머리와 힘꾼이 여러 책을 나쁜책이라고 몰아세웠다면, 오늘날에는 일부러 아름책과 사랑책을 등돌리거나 모르는 척하거나 아예 모르면서 ‘잊힌책’으로 내모는구나 싶어요. 예전에는 ‘숨은 아름책’을 찾아나섰다면, 오늘날에는 ‘잊힌 아름책’을 찾아나서는 책마실입니다.


  씨앗은 언제나 작습니다. 작은씨앗은 해바람비를 만나면 천천히 싹트겠지요. 끝없는 쇠(자가용)랑 재(아파트)는 작은씨앗을 짓밟고 짓이깁니다만, 까만길(아스팔트도로)에도, 잿더미 사이에도 풀씨가 돋고 나무씨가 퍼집니다. 온누리 풀꽃나무 씨앗 한 톨은 사람한테 “넌 무얼 잊었니?” 하고 묻는구나 싶어요.


  서울마실을 하는 길에 짬을 내어 〈숨어있는 책〉을 찾아갑니다. 한 해에 하루쯤 서울책집에 깃들 수 있어도 “올 한 해 보람차다”고 느낍니다. 시외버스를 달리면 이내 닿는 서울이되, 서울책집을 들르면 온책이 흐드러지는 줄 알되, 갈수록 종이책보다는 들숲책과 아이책과 살림책과 풀꽃책과 나무책과 바람책과 새책과 벌레책에 눈이 한참 갑니다.


  한 자락이라도 더 장만해서 시골집에서 느긋이 읽으려고 합니다. 주섬주섬 고르다 보면 어느새 큰 꾸러미가 둘씩 셋씩 나옵니다. 우리는 아프기에 눕거나 쉬면서 돌아볼 수 있고, 앓기에 알에서 깨어나듯이 새롭게 눈을 뜨게 마련입니다. 기쁠 때도 아플 때도 이 삶을 배울 만하지 싶습니다. 곁에 책이 있기에 책을 들추고, 곁에 숲과 아이가 있기에 숲내음과 아이 목소리를 고스란히 품습니다.


  아기 기저귀 빨래는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하고 ‘할아버지’가 맡을 일이라고 느껴요. 몸소 예닐곱 해를 기저귀 빨래로 보내는 동안 이 대목을 새록새록 느꼈어요. “사내가 기저귀 빨래와 집안 빨래를 맡아서 하”면, 굳이 ‘피트니스·헬스클럽’에 안 다녀도 언제나 튼튼하게 몸을 돌볼 수 있어요. 즐겁게 ‘머슴’ 노릇을 할 적에 참으로 ‘멋’스러운 ‘머스마’로 설 수 있어요.


  책읽기란, 스스로 잊은 빛을 되찾으려고 나서는 배움길입니다. 집안일이란, 스스로 잃은 빛을 되살리려고 힘쓰는 익힘길입니다. 말 한 마디와 글 한 줄이란, 문학도 예술도 문화도 아닌, 언제나 스스로 길어올리는 이야기에 살림씨앗을 얹는 오늘노래라고 느낍니다.


  잊힌책을 알아보는 손이기에 잘난책(베스트셀러)에 안 휘둘립니다. 잘난책을 안 쳐다볼 줄 알기에 눈가림과 눈속임을 살며시 걷어내며 제대로 어른으로 섭니다.


ㅍㄹㄴ


《孤獨한 당신을 위하여》(루이제 린저/곽복록 옮김, 범우사, 1974.5.25.첫/1977.12.10.중판)

《フランス革命の指導者 上》(桑原武夫, 創元社, 1956.7.20.)

《フランス革命の指導者 下》(桑原武夫, 創元社, 1956.8.20.)

《細胞라는 大宇宙》(L.토마스/강만식 옮김, 범양사, 1981.7.25.)

《한 사람의 成長은 個人指導에서》(조병옥 엮음, 한국알롄정종불교회 서울남부 총합본부, 1978.)

- 창가학회. 남묘호렌련게쿄

《折伏敎典》(박계양 엮음, 학인사, 1971.2.28.)

《노벨상으로 말하는 20세기 물리학》(고야마 게이타/손영수·성영곤 옮김, 1988.7.5.첫/1990.3.30.2벌)

《5천년 력사이야기 2》(림한달·조여장/김양·병일 옮김, 민족출판사, 1982.4.)

《5천년 력사이야기 3》(림한달·조여장/로창하·정금 옮김, 민족출판사, 1983.7.)

《5천년 력사이야기 4》(림한달·조여장/김홍식 옮김, 민족출판사, 1984.10.)

《5천년 력사이야기 5》(림한달·조여장/정철 옮김, 민족출판사, 1986.4.)

- 94년 2월 16일. 도서출판 서울. 2000원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고선주, 걷는사람, 2023.1.9.)

《탈무드의 웃음》(잘티어 랜트먼/왕한조 옮김, 태종출판사, 1979.6.10.첫/1980.10.10.4벌)

《탈무드의 秘密》(빅터 M.솔로몬/김갑수 옮김, 태종출판사, 1979.12.15.첫/1980.11.20.재판)

《탈무드의 도전》(마아빈 토케이어/지방훈 옮김, 태종출판사, 1980.7.30.)

- 감사합니다. 홍익서적. 연대입구. 32-2020. 금성극장 옆 714-5995

《韓國의 女像 (梅篇)》(진원규 엮음, 중외출판사, 1972.8.13.)

- 부인 밤 줍기대회 20년만에 부활 1959.9.20.

- 結婚記念 1973.4.2. 新郞 陳元圭·新婦 崔重熙 드림

《韓國美術史》(김원룡, 범문사, 1968.4.30.)

《벙커깊수키 24》(죽지않는돌고래 엮음, 딴지일보, 2016.11.)

《世界文藝思潮史》(서라벌예술대학출판국 엮음, 한국교육문화원, 1955.12.20.첫/1962.4.10.4벌)

- 서울大學校 敎育大學院 1年 李裕桓

《처녀시절》(시몬느 드 보봐르/전성자 옮김, 문예출판사, 1976.9.20.첫/1976.10.30.중판)

《オハホロホロ》(鳥野しの, 祥傳社, 2010.1.15.첫/2010.2.5.2벌)

《李祭夏 꽁트·스케치選 새(鳥)》(이제하, 수문서관, 1977.10.10.)

《빛과 사랑을 찾아서》(三浦綾子/백승인 옮김, 설우사, 1975.5.20.첫/1980.11.15.4벌)

《人間化》(G.브라이덴슈타인/박종화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71.7.1.)

《映像と言語》(近藤耕人, 紀伊國屋書店, 1965.9.30.)

- 1974年 元日. 우울에 빠져 나는 나를 구제할 틈이 없다. 왜 이렇게 사랑하는 거리 한가운데서, 나는 고독의 심연 속으로 또 빨려드는지 참 나를 혐오할 뿐이다. 내가 이렇게 싫어진 때가 없다. 생각은 생각의 알을 까고 또 크고 날개짓을 한다. 좁은 내 마음의 하늘 가득히. 아름다운 꽃은 많은 벌·나비가 찾고 또 뭇 벌·나비의 애인!

《靑年時代의 便紙》(막스 웨버/편집부 옮김, 중앙일보·동양방송, 1977.6.1.)

《韓國美術史學의 理論과 方法》(문명대, 열화당, 1978.3.25.)

《花笑さんの就活日記 1》(小野田眞央, 小學館, 2012.10.3.)

《史記 1》(橫山光輝, 小學館, 1994.2.20.첫/1996.10.25.10벌)

《史記 8》(橫山光輝, 小學館, 1995.7.20.첫/1996.11.25.2벌)

《三國志 60》(橫山光輝, 潮出版社, 1988.10.20.첫/1992.7.20.20벌)

《文學者の主體と現實》(森本和夫, 現代思潮社, 1960.4.5.)

《音樂 入門》(藤本良造, 社會思想社, 1961.6.15.첫/1972.5.30.25벌)

- 〈萬字屋書店〉 大阪 阪神 地下街

- 〈紀伊國屋書店〉 大阪 梅田 12 JUL 72

《Black Genesis : African Roots》(Jurgen Vollmer 사진, John Devere 글, St Martins Pr, 1980.)

- A Voyage from Juffure, the Gambia, Through Mandingo Country to the Slave Port of Dakar, Senegal

《中學校劇脚本集 全2卷》(日本演劇敎育連盟, 國土社, 1966.9.30.첫/1970.11.20.4벌)

《中學校學校劇脚本集 全3卷》(日本演劇敎育連盟, 國土社, 1959.9.20.첫/1968.1.20.8벌)

《韓國方言調査質問紙(그림책)》(어문학연구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6.3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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