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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깔 = 꿀색 - 개정증보판
전정식 글.그림, 박정연 옮김 / 길찾기 / 2013년 11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1.5.
만화책시렁 786
《피부색깔=꿀색》
전정식
길찾기
2008.1.15.첫/2013.11.10.고침
아기가 태어나기 어려운 나라일 적에는 아기한테 고단한 터전이라는 뜻일 뿐 아니라, 어린이와 푸름이도 고달프다는 뜻이요, 젊은이와 늙은이 모두 힘겹다는 뜻이면서, 아이엄마와 아이아빠도 나란히 버겁다는 뜻입니다. 아기만 고단하기에 아기를 안 낳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벅찰 뿐 아니라 앞길이 까마득하니 “애써 아이를 낳아 돌본들 이 아이도 나도 무슨 빛이 있나?” 하고 슬프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아기장사’를 안 멈춥니다. 이미 이곳에서 태어난 아기조차 스스로 못 품을 만큼 허술하고 엉터리입니다. 그런데 ‘출산율’을 높이겠다며 해마다 목돈을 어마어마하게 썼어요. 《피부색깔=꿀색》은 벨기에라는 나라로 떠나서 낯선 삶을 맞이해야 하던 아이가 하루하루 자라며 보고 듣고 겪고 배운 바를 풀어낸 꾸러미입니다. 말을 섞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채 말부터 아주 새롭게 배워야 하는 아이가 어떤 마음인지 헤아릴 사람은 드뭅니다. 이 아이를 품는 이웃나라 어버이도 오지게 힘들지만, 누구보다 아이가 힘들어요. 이 나라는 숱한 아이를 그냥 팽개쳤는데 아직도 팽개칩니다. ‘자주국방’과 ‘AI산업’이 참으로 아이들 앞날을 내다보는 길이 맞을까요? 밥살림부터 우리 손으로 못 짓는데, 총칼과 AI만 있으면 밥부터 어찌 먹을까요? 이런 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무슨 잘못일까요?
ㅍㄹㄴ
하지만 홀트 할머니에 대해, 감사를 해야 할지, 미워해야 할지, 지금도 모르겠다. 세계로 흩어져 입양된 한국 아이들이 200,000명이나 된다. 너무 많다. (28쪽)
프랑스어를 배워가면서 한국말은 잊어버렸다. 이상하게도 새로운 언어를 배워 가던 이 시기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내가 정말 한국말을 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58쪽)
90프로는 내가 혼날 만했다. 하지만 어떤 도구로 맞을지 선택만큼은 내게 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에릭도 채찍으로 맞았다 … 반면 엄마는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엄마는 아빠보다 훨씬 세게 때렸다. 창고 안에서 쫓고 쫓기는 시합이 벌어졌고, (94쪽)
나는 하고 싶은 질문이 무척 많았다. 가령, 한국 정부가 세계 곳곳에 수천 명의 한국 아이들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것이 수치스럽지 않은지도 궁금했다. 그들(벨기에 유학생)의 의견이 궁금했다. 안타깝게도, 그들이 보여준 선의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대답을 얻진 못했다. (22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