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안 보는데 2025.10.23.나무.
날아가는 잠자리와 나비를 안 보는데, 잠자리와 나비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턱이 없고, 알려고도 안 하면서, 잠자리 삶터와 나비 살림터를 다 망가뜨려.톡톡 뛰고 가볍게 기는 풀벌레를 안 보는데, 풀벌레가 깃드는 풀숲을 알 일이 없고, 알려고도 안 하면서, 풀숲을 죄 밟아서 죽이지. 안 보는데 느낄 수 없잖아. 안 보니까 못 느끼고 못 배우면서 스스로 갉고 말아. 그런데 “두 눈이 멀쩡하다”는 이들이야말로 안 보거나 못 보는구나. “두 눈으로 본다”는 빛을 잊으면서 길을 잃는 굴레살이라고 여길 만해. 왜 안 보거나 못 보는지 아니? 좋아하거나 좋은 대로 다가가기에 정작 ‘좋아하고 좋은 것’부터 제대로 못 보기 일쑤야. 무엇이든 ‘볼’ 적에는 네 머리가 아닌 눈을 쓸 일인데, 머리를 쓰면서 달아오르면 ‘불타’올라서 눈앞을 가린단다. 이른바 젊음(열정·정열)은 눈앞을 가리는 불이야. 불은 얼핏 빠르게 번지는 듯해도 빠르게 태울 뿐이라서, ‘불눈’으로는 다 태워서 재가 되느라, 못 돌아보고 못 새긴단다. 싫어하고 꺼리는 대로 등지기에 ‘참·거짓’을 못 보고 못 가리는데, 어느 쪽을 등질 적에는 “등지지 않는 다른 쪽”을 “불타오르듯 좋아하고 따르는 몸”이란다.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닌, “삶을 걸어오며 스스로 이룬 몸”인 줄 알아차려야 할 노릇이야. 다 다른 모든 삶을 보려고 하기에, 다 다르게 일어나서 이웃으로 선단다. 다 다른 줄 등지면서 안 보니까 서로 담을 쌓고서 한쪽으로만 높여. 자, 헤아려 보렴. 두 다리 가운데 한쪽만 높이고 한쪽을 깎으면 어찌 되니? 왼손·오른손을 나란히 안 쓰면서 한쪽만 쓰면 어찌 될까? 두 눈, 두 다리, 두 손, 두 귀를 안 보고 안 듣고 안 살피니, 바로 기우뚱 무너져서 죽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