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아파트값 2025.10.24.쇠.



네가 ‘집’에서 살아가면 ‘집값’을 따지거나 들여다볼 일이 없어. ‘집’이라면, “나중에 옮기려고 한동안 머무는 곳”이 아니야 ‘집’은, “두고두고 뿌리를 내리면서 살림을 지으려고 오래오래 지내는 곳”이란다. 앞으로 100해이든 200해이든 즐겁게 살아갈 집인데, 집값이 내리건 오르건 안 대수롭지. 삶이 안 즐거울 뿐 아니라, 머잖아·곧·이윽고 옮길 데라면 ‘집’이 아니야. 그래서 자꾸 ‘집값’이라는, 알고 보면 ‘아파트값’이라는 ‘겉돈’을 쳐다본단다. 네가 겉얼굴로 사귀고 겉몸으로 어울리고 겉말·겉글로 꾸미고 겉차림으로 눈가림을 한다면 으레 겉돈을 따지겠지. 네가 스스로 하루를 그리고 짓고 나누고 펴는 오늘이라면 ‘살림돈’을 헤아리면서 집을 가꾼단다. 이것저것 세간을 들여놓기에 ‘집가꿈’이라 하지 않아. 네 손길이 하나하나 닿아서 부드럽게 빛나는 일이라서 “집을 가꾼다”고 해. 새로 들이는 세간이 없어도 돼. 조촐하고 조그마한 터를 얻어서 지내도 돼. 아파트값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데에 눈이 사로잡히느라 삶을 잊고 살림을 잃고 사랑을 모른단다. 삶·살림·사랑이 안 자란다면, ‘무늬사람’이로구나. 살갗과 생김새로만 사람이라면 탈(인형)이겠네. 탈놀이마냥 돈장난을 하는 하루에 무엇이 있을까? 살림돈이 아닌 겉돈을 노리는 굴레라면, 10억이건 100억이건 1000억이건 겉돈을 그러모아도 배고프게 마련이야. 쭉정이로 지은 밥을 먹으면 배부를 수 없거든. 겉돈 1000억은 살림돈 1000원하고 댈 수조차 없이 헛바람이란다. 허깨비로 손에 쥔 셈값은 늘 허튼속을 키워. 넌 사람이지 않아? 넌 허깨비이니? 네 집은 어디이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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