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누가 하든 (2025.10.24.)
― 부산 〈책과 아이들〉
여태까지 못 했으니 오늘부터 합니다. 이제까지 몰랐으니 오늘부터 배웁니다. 아직 어수룩하니 더 엉성한 손짓으로 차근차근 가다듬습니다. 여태까지 몰라본 책을 오늘부터 손에 쥐며 천천히 읽습니다. 이제까지 안 펼친 책을 오늘 문득 넘기면서 가만가만 익힙니다. 아직 낯설기에 더 즐겁게 맞아들이며 기뻐합니다.
오늘은 이른새벽부터 움직이지 않습니다. 집일을 추스르고 작은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작은아이한테 몇 가지 집살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늦가을로 넘어가는 늦은동을 바라보며 논둑길을 걸어서 옆마을로 갑니다. 천천히 부산으로 갑니다. 사상나루에 닿아 바로 〈책과 아이들〉로 갑니다. 매듭지을 글이 있는데 좀처럼 앞으로 못 나아갑니다. 그러면 좀 쉬고서 이튿날 쓰면 됩니다. 저녁모임을 하려고 몸을 추스르고 이모저모 챙깁니다.
우리는 어느 책을 읽건 ‘읽는멋’을 부릴 수 있습니다. 아무 책도 안 읽더라도 ‘읽는눈’을 북돋울 수 있습니다. ‘읽는멋’이란 겉멋입니다. 이른바 요즈음 ‘누리길(인스타·sns)에 이런저런 책을 읽는다고 찰칵찰칵 찍어서 올리는 분이 많은데, 이런 숱한 글은 겉멋으로 그치기 일쑤입니다. 멋이 아닌 눈길을 바라보려고 한다면, 먼저 종이에 느낌글을 쓰게 마련이고, 누리집(블로그나 홈페이지 게시판)에 차곡차곡 느낌글을 모을 테지요. 스스로 쓴 느낌글을 늘 스스로 되읽고 돌아볼 적에는 스스로 눈길을 틔우고 가꿔요. 그냥그냥 슥 올려서 쌓는 누리글(sns 활동)은 스스로 아무 빛이 없이 셈값(팔로우 수)만 부풀리는 헛바람입니다.
누가 하든 아름다울 노릇이어야지 싶습니다. 꼭 이이가 맡아야만 하는 일이란 없고, 저이가 맡아서 안 될 일이란 없어요. 나라지기(대통령)를 비롯한 모든 벼슬자리는 누구라도 맡아서 꾸릴 수 있을 적에 빛나요. 누구나 어버이 노릇을 할 일이고, 저마다 어른 노릇을 하면 되고, 모든 어린이는 그저 아이로서 신나게 뛰놀며 스스로 꿈씨앗을 가꿀 노릇이며, 모든 푸름이는 그저 차분히 철들면서 찬찬히 눈빛을 틔우는 하루를 일구면 됩니다.
‘어떤 책’을 사거나 읽어야 하는지 망설이지 않으면 됩니다. ‘어느 책’이건 찬찬히 새기고 삭이고 배우는 마음이면 넉넉합니다. ‘아무 책’이나 ‘좋다는 책’이 아니라 ‘모든 책’을 하나씩 만나서 스스로 빛내려는 매무새라면 느긋합니다. 누구나 ‘모든 책’을 만나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 많은 책을 어떻게?” 하고 여기니 스스로 담벼락을 쌓고 말아요. “응, 오늘부터 하나씩 다 읽을래.” 하고 꿈씨를 놓기에 놀이를 하고 노래를 하듯 책을 사귀며 즐겁습니다.
ㅍㄹㄴ
《저 하늘에 이 소식을》(이윤복 글·김세현 그림, 산하, 2004.12.1.)
《메두사 엄마》(키티 크라우더/김영미 옮김, 논장, 2018.9.17.첫/2023.11.20.4벌)
#KittyCrowther #MereMeduse (2014년)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권정생 글·이철수 그림, 분도출판사, 1985.6.1.첫/2009.7.2판10벌)
《또 다시 숲 속으로》(매리 홀 엣츠/이남금 옮김, 한림출판사, 1997.3.10.첫/2000.5.15.4벌)
#Anotherday #EtsMarieHall #MarieHallEts #마리홀엣츠
《궁궐에 나무 보러 갈래?》(바람하늘지기 밑틀·노정임 글·안경자 그림, 웃는돌고래, 2014.3.27.첫/2014.12.15.두벌)
《부끄러움들》(정영선, 낮은산, 2011.7.30.첫/2012.6.15.4벌)
《점자로 세상을 열다》(이미경 글·권정선 그림, 우리교육, 2005.4.15.첫/2010.11.30.2판8벌)
《풀빛 일기》(김우경, 지식산업사, 1998.5.30.첫/2007.6.30.7벌)
《박일 동시선집》(박일, 지식을만드는지식, 2015.4.15.)
《김문홍 동화선집》(김문홍, 지식을만드는지식, 2013.6.10.)
《으라차차 손수레》(차영미 글·나다정 그림, 브로콜리숲, 2020.6.10.)
《진짜 수업》(하빈, 푸른사상, 2014.12.23.)
《코나의 여름》(이마리 글·최윤지 그림, 나무와숲, 2017.6.20.)
《사과나무 위의 할머니》(미라 로베 글·수지 바이겔 그림/전재민 옮김, 중앙출판사, 2000.3.15.첫/2008.5.10.13벌)
#MiraRobe #SusiWeigel #Die Omama im Apfelbaum
《화성에 간 내 동생》(사소 요코 글·유준재 그림/이경옥 옮김, 웅진주니어, 2003.4.15.첫/2011.3.3.32벌)
#笹生陽子 #きのう火星に行った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