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철갈이
열쨋달 열쨋날인데 아직 다들 찬바람(에어컨)을 틀어댄다. 미닫이를 열고서 가을바람과 가을노래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철이 바뀌는 길목에서 철빛을 새로 들이지 않으면 철을 모르고 등지고 잊느라 ‘조무래기’로 맴돈다. 봄에는 봄을 모르고, 여름에는 여름을 모르더니, 가을에는 가을을 모르는 셈이요, 겨울에는 겨울을 모르려는 오늘날이다.
열흘 만에 시골버스를 탄다. 지난 열흘은 한가위에 한글날에 긴긴 쉼날을 잇느라 시골버스가 확 끊겼다. 여름새는 이제 없고 늦제비도 보이지 않는다. 곧 겨울새가 이 땅에 날아올 텐데, 사람들이 새만금이나 가덕도나 대구에 자꾸자꾸 밀어대려는 하늘나루를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철노래를 베푸는 새라고 느낀다. 새만금나루는 첫그물코(1심법원)에서 막아 주는데, 가덕도나 대구는 막을 수 있을까. 무안나루 떼죽음은 뒷낯을 속속들이 밝힐 수 있는가.
풀꽃나무도 해바람비도 들숲바다도 사람도 벌나비도 ‘사춘기’나 ‘갱년기’는 없다. ‘봄나이’와 ‘가을나이’는 있고, ‘철나이’로 물들여 어질게 깨어나는 길목은 있다. ‘새나이’로 건너가려는 고갯마루도 있다. 우리는 나이들기에 아프지 않다. 철모르고 철잊고 철없을 적에 아프다. 철알고. 철읽고 철들면 모든 삶길이란 사랑길인 줄 알아챈다. 그저 철을 보고 품고 풀면 아름답다. 2025.10.10.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