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하는 마음 - 작은 출판사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글 111
봄동이 엮음 / 혜윰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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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10.8.

인문책시렁 458


《발견하는 마음》

 봄동이 엮음

 혜윰터

 2025.9.12.



  씨앗을 얼핏 보면 아무것도 안 하는 듯싶을 테지만, 곰곰이 보면 어마어마하게 일을 합니다. 앞으로 깨어날 때를 헤아리면서 속으로 가없이 꿈을 그려요. 느긋이 쉬되 설레며 기다리는 씨앗입니다.


  애벌레를 슬쩍 보면 잎갉이만 하는 듯싶을 테지만, 가만히 보면 엄청나게 일을 하지요. 허물벗기를 숱하게 하고 난 뒤에 고치를 지을 새날을 헤아리고요. 든든히 먹고 채우는 애벌레입니다.


  사람은 어떤 하루일는지 곱씹어 봅니다. 아직 잠든 하루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오래 꿈을 그릴 만합니다. 애벌레마냥 한참 자라나는 하루가 길 수 있습니다. 이듬해에 곧 싹트는 씨앗이 있으나, 열 해나 서른 해나 쉰 해나 온 해가 지나서야 싹트는 씨앗이 있어요.


  《발견하는 마음》은 옮겨쓰는 책입니다. 작은펴냄터에서 조촐히 여민 작은책에서 글자락을 뽑았어요. 책 한 자락을 통째로 챙겨읽어도 반갑고, 글 한 자락을 가만히 옮겨쓰면서 마음을 가다듬어도 즐겁습니다. 이웃 마음을 나한테 옮기면서 손으로 글을 적습니다. 먼발치에 있는 동무는 어떻게 살림을 하는지 헤아리고 배우면서 손으로 글을 씁니다.


  가을에 나락을 베듯 베껴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든든히 받아들이는 배워쓰기를 할 만합니다.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새겨쓰기를 할 수 있어요. 들길을 나란히 걸으려는 뜻으로 따라쓰기를 할 만하고요.


  잎그늘은 언제나 푸르게 눈부시지요. 한 줄로 짜맞추지 않은 길이기에 아름답습니다. 똑같이 맞추어 줄을 세우면 모두 괴롭습니다. 어깨동무란, 다 다른 키와 몸과 마음인 사이일 적에 서로 헤아리면서 발걸음을 척척 놀이하듯 내딛는 하루입니다.


ㅍㄹㄴ


우리한테는 우리를 둘러싼 마을과 숲과 들과 하늘이 교과서요 책이며 학교입니다. 겨울을 나ㄴ고 새봄에 씩씩하게 돋는 잎사귀가 교과서요, 나물을 훑는 손길이 책입니다. 꽃내음을 알아차리고, 흙을 두 발로 밟으면서 두 손으로 어루만지는 하루가 온통 학교입니다. (22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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