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27.


《웃음과 비탄의 거래》

 마크 트웨인 글/정소영 옮김, 온다프레스, 2022.1.17.



엊저녁은 범어사랑 노포 사이 멧기슭 길손집에서 묵었다. 마을끝이자 멧길 들머리에 덩그러니 있는 길손집이라서, 부산이지만 풀벌레노래만 한밤을 가르더라. 부릉부릉 시끌벅적 왁자지껄이 하나도 없다. 술에 절어 고래고래 흥얼대는 사람도 없네. 다만 길손집이 매우 작고 낡았더라. 06:20 시외버스를 탄다. 광주로 넘어간다. 광주버스나루 둘레로 뭔 삽질이 한창이다. 삽질판을 비켜서 걷다가 그만 샛길로 빠졌고, 책짐을 안고 진 채 한참 땀을 뺐다. 길을 찾으려고 다리를 쉬며 길가에 앉아서 숨돌리는데, 세 살쯤 되는 아이가 수레에 앉아서 지나가다가 나를 빤히 보며 “안녕하셔요?” 하고 웃는다. 마주 웃으며 “네, 안녕하시나요?” 하고 대꾸한다. 기운을 차린다. 언제 들어도 이름이 낯선 ‘ACC(아시아문화전당)’으로 간다. 책잔치가 있다는데, 전철에서 내려 걸어가자니 알림판이 엉성하거나 없다. 다시 한참 에돌며 땀으로 흥건하다. 《웃음과 비탄의 거래》가 나올 수 있어 반갑다. 마크 트웨인을 읽고픈 이웃이 아직 있구나. 열다섯 해쯤 앞서 ‘막내집게’라는 작은책터에서 낸 책이 떠오른다. 씨앗을 품는 사랑이라면 말빛을 나누고 글빛을 베풀며 책빛을 틔울 테지. 저녁에 모처럼 〈소년의 서〉에 들러서 책내음을 더 맡았다.


《웃음과 비탄의 거래》를 천천히 읽는다. 이미 떠난 분이 남긴 글을 모으는 책은 앞으로 더 나올 일이 없을 테니까. 그런데 우리는 “줄거리만 훑는 사람”일 수 없다. 미국사람 마크 트웨인 님은 ‘줄거리’로만 뜻깊을까? 줄거리를 비롯해서 글결과 말씨가 돋보인 사람이지 않을까? 우리는 이웃말을 우리말로 어떻게 옮길 적에 슬기롭고 빛나고 아름다울까? 미국영어를 우리말로 잘 옮기려면, 글쓴이 삶과 마음과 미국살림도 잘 읽고 익힐 노릇이면서, 우리말과 우리살림도 잘 읽고 익힐 노릇이지 않을까? 아직 우리나라 옮김말은 ‘줄거리’에만 치우친다. 줄거리마저 놓치는 옮김말도 수두룩한데, 삶쓰기와 삶읽기란 ‘나·너·우리’를 나란히 헤아려서 새롭게 한빛으로 녹이고 풀어가는 길일 적에 빛난다.


#MarkTwain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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