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9.25. 무릎셈틀 하나



  나한테는 셋째로 새 무릎셈틀이 이튿날 찾아온다. 첫 무릎셈틀은 스스로 장만했고, 둘째와 셋째는 언니가 장만해 준다. 두 무릎셈틀은 저마다 열 해 남짓 썼으니, 셋째도 열 해 남짓 쓰자고 헤아린다. 스무 해를 헤아려 볼 수 있다.


  저잣마실을 다녀오는 길에 ‘학교밖 청소년’이 잘 지내는지 ‘확인+감독’을 하겠다는 교육청 쪽글을 받는다. 학교도 교육청도 서류에 도장만 남길 뿐 아무 마음이 없는데 갑작스레 무슨 ‘안부 확인+감독 쪽글’을 보낼까? 지난 열한 해 동안 우리집 두 아이가 잘 있는지 아예 궁금한 적이 없던 분들이 어쩌다가 사근사근 물어보려고 하나? 이미 ‘학교안 아이’로도 벅차다고 여기는 교육청인데, 교육예산은 다 어디에 쓰는지 모르는데, 우리집 아이들한테 왜 다가서려고 하는가?


  교육부·교육청·학교는 겉으로는 ‘홈스쿨링’이라 말하되 으레 ‘학교밖’이나 ‘위기청소년’이라는 이름을 쓰더라. 이들은 “졸업장 없이 살림을 짓는 숲길”을 가려는 아이들 뜻을 안 쳐다본다. 졸업장과 학교야말로 온아이를 망가뜨리는 줄 받아들이면, 그들 모두 일자리를 잃을 테니까. 그러나 일자리를 잃어도 되지 않을까? 일자리 말고 아이들을 바라보고서 품을 노릇이지 않을까? 아이들이 아이로서 살림을 짓는 푸른 눈빛을 가꾸는 길에 곁에서 이바지하는 몫으로 서면, 일자리는 저절로 늘어나지 않을까?


  그러니까 “우리집 배움터”요 “우리집 살림터”이다. 손수 가꾸고 짓는 하루를 노래하며 돌보려는 길이다. 그나저나 나는 지난 세 해에 걸쳐서 “위기가정 희망적금”이라는 목돈쌓기를 이달로 겨우 마쳤다. 없는 돈 있는 돈을 다달이 10만 원을 어찌저찌 대며 세 해를 살았네. 애썼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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