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30.
《허송세월》
김훈 글, 나남출판, 2024.6.20.
볕날을 후끈후끈 잇는다. 씻고 빨래하고 밥하고 쉰다. 이러고서 씻고 일하고 책읽고 글쓴다. 이런 다음에 아직 낮에 노래하는 매미를 지켜본다. 이제 하룻내 노래물결을 베푸는 풀벌레를 헤아린다. 기지개를 켤 틈조차 없이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저물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숨돌리면서 집안일에서 손을 떼는 듯싶지만, 저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하고서야, 또 아이들하고 하루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서야, 등허리를 반듯하게 편다. 《허송세월》을 돌아본다. 예전에 낸 《밥벌이의 지겨움》이나 《라면을 끓이며》에 못지않게 덧없는 푸념과 하소연을 그득그득 담았구나 싶다. 푸념과 꿈글은 한끗처럼 다르되, 오늘과 앞길을 보는 눈이 다르다. 하소연과 살림글은 한끗이 어긋나되, 사랑을 보느냐 안 보느냐로 다르다. 이미 늙을 만큼 늙은 김훈 씨인 만큼 스스로 바뀌기는 어려울 만하지 싶다. 그렇지만, ‘늙몸’이 아닌 ‘나이(낳는 임)’라는 말빛을 곱씹으면서 거듭나는 하루를 살려고 한다면, 아무리 늙몸이라 하더라도 시나브로 ‘나이를 읽는 어진 눈’으로 바뀔 만하다고 본다. 숱한 꼰대는 집안일을 도맡지 않으니 꼰대로 머문다. 여태 꼰대였더라도 일흔 살부터라도 집안일을 도맡고 아이(손자)를 도맡아서 돌볼 줄 안다면, 아기 똥오줌 천기저귀를 갈고서 손빨래를 할 수 있다면, 이때부터는 ‘꼰대 먹물’이 말끔히 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란, ‘살림하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숲빛으로 펴며 배우고 익히는 길’이다. 다시 말하자면, 집안일과 집살림 이야기가 없이 쓰는 글(문학)이라면, 모두 ‘글흉내’나 ‘글인 척’에서 쳇바퀴라고 느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