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물때 2025.8.8.쇠.



사람손이 닿거나 스치거나 지나가는 자리에는 ‘손때’가 묻어. 사람이 제발로 대거나 딛거나 지나가는 자리에는 ‘자취’가 있어. 바람이 닿거나 스치거나 지나가는 자리에는 ‘바람빛’이 남거나 흐르지. 비가 내리면서 빗물이 닿거나 떨어지거나 구르는 자리에는 ‘비빛’이 남거나 흐른단다. 네가 그릇에 물을 받거나 수세미로 설거지를 할 때면, 으레 “물이 닿은 자리”인 물때가 남아. 물은 무엇이든 받아안아서 흐르다가 어느 곳에 닿거나 스칠 적에 “여태 안은 것”을 남기고서 스르르 떠나지. 물때를 보면 물이 흘러온 길을 읽을 만해. 손때를 보면 손이 닿은 사람길을 읽지. 그나저나 너는 그릇을 깨끗하게 쓰고 싶겠지? 너는 “물이 흘러온 길”을 읽으면서 알려고 그릇을 쓰지는 않을 테니까. 네가 그릇에 무엇을 담아서 먹거나 마셨는지 알려고 그릇을 쓰지 않을 테고. 티를 내면서 일을 하려는 사람은 으레 티(티끌)를 남기더구나. 남이 네 일손을 알아주어야 할까? 네 일손은 네가 알고서 마음에 새길 노릇이지 않니? 자꾸 티를 내지는 마. 자꾸 물때를 남기면서 설거지를 하지 마. 일은 깨끗이 마칠 노릇이야. 그릇은 깨끗이 치울 노릇이야. 네가 지나간 자리인 줄 둘레에 알리려고 자꾸 티(먼지·쓰레기)를 내고 남긴다면, 넌 참으로 안 깨끗하단다. 한마디로 더럽거나 지저분한 셈이야. ‘티내는’ 사람은 그이 얼룩(잘못·부정부패)을 자랑하듯 떠벌이는 셈이니, 참으로 뻔뻔하구나 싶도록 창피한 길이라 여길 만해. 너는 네 길을 가면서 네 발길을 깨끗이 돌아보기를 바라. 네가 지나간 데마다 티(발자국·손자국)를 왜 남기려 하니? 넌 ‘티’가 아닌 ‘빛(손빛·삶빛·사랑빛)’을 남길 노릇이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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