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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지
박철 지음, 이명환 그림 / 창비 / 2024년 5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9.4.
노래책시렁 509
《아무도 모르지》
박철
창비
2024.5.10.
얼핏 보면 덩굴풀이나 덩굴나무가 곧은나무하고 다투는 듯하지만, 어떤 풀과 나무도 다투는 일이 없습니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는 곳에서 저마다 해를 바라보면서 자라며 얽히고 섞일 뿐입니다. 얼핏 보면 여러 새나 짐승이나 벌레가 서로 먹이를 놓고서 다투는 듯한데, 어느 목숨붙이도 먹이다툼을 안 한다고 해야 맞습니다. 온누리 뭇숨결은 함께 나누면서 같이 살아가거든요. 《아무도 모르지》를 읽으면, 사람처럼 다툰다고 여기는 들숲이라든지, 아이들이 다투는 듯한 모습이라든지, 이러면서도 들숲메에 안겨서 마음껏 놀기를 바라는 마음이 하나둘 흐릅니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기를 잊어버리고서 위아래(신분·계급·권력)를 가른 뒤부터 다툼질이 생겼다고 보아야 옳다고 느껴요. 윗분이 있기에 아랫놈을 깔봅니다. 윗자리를 높이는 벼슬이 생기면서, 벼슬이며 종이(자격증·졸업장)가 없는 사람을 아랫놈으로 삼으면서 마구 굴리기 일쑤입니다. 우리는 바보스런 서울살이(도시문명)를 나무랄 줄 아는 눈일 노릇이되, 아이곁에서 이야기를 여밀 적에는 ‘숲살림’이 무엇인지 풀어내야지 싶습니다. 아이들한테 ‘핀잔하기·타박하기’를 물려줄 까닭이 없어요. 아이들한테 ‘살림하기·사랑하기’를 물려주면 됩니다. 함박비나 벼락비는 있되 ‘물폭탄’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임자(주인)’를 따지는 쪽은 으레 서울사람과 땅지기(지주)일 뿐인 줄 제대로 짚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ㅍㄹㄴ
비하고 / 바람하고 다툰다 / 그래서 비바람 // 물하고 / 폭탄하고 뒹군다 / 그래서 물폭탄 (장마/13쪽)
누가 주인이냐고 / 나무와 흙은 / 다투지 않네 / 저 밤하늘과 별이 / 그러듯이 (서로서로/26쪽)
+
《아무도 모르지》(박철, 창비, 2024)
언제 다시 돌아오면 정식으로 사과해야지
→ 언제 다시 오면 제대로 빌어야지
→ 언제 돌아오면 깊이 뉘우쳐야지
12
물하고 폭탄하고 뒹군다 그래서 물폭탄
→ 물하고 벼락하고 뒹군다 그래서 물벼락
13
가로수가 처음으로 골목 안 구경을 했다
→ 길나무가 처음으로 골목 구경을 한다
14
몰래 의논을 했는데
→ 몰래 얘기를 했는데
→ 몰래 말했는데
17
누가 두고 갔나 궁금해지네
→ 누가 두고 갔나 궁금하네
38
유아차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아기수레를 내려다본다
64
넓은 집으로 이사 간다아
→ 넓은 집으로 간다아
→ 넓은 집으로 옮겨간다아
67
뙤약볕 아래 두리번두리번 가느다란 눈이 두 배로 커집니다
→ 뙤약볕에 두리번두리번 가느다란 눈이 두 곱이 된다
→ 뙤약볕에 두리번두리번 가느다란 눈이 곱빼기로 크다
86
올해에는 무승부지만 내년에는 결판이 나겠지
→ 올해에는 비기지만 새해에는 끝이 나겠지
9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