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지지배배 (2025.8.23.)
― 부산 〈책과 아이들〉
우리는 ‘제비꽃’이라 하고, 일본에서는 ‘스미레’라 하면서 ‘근(菫)’ 같은 한자로 적습니다.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는데, 늦여름에 바다를 건너간 제비가 돌아오는 새봄에 피어나는 꽃이라고 여겨서 ‘제비꽃’입니다. 참말로 시골에서 지켜보면, 제비꽃이 피는구나 싶은 철에 어김없이 제비가 하늘을 가르며 베푸는 노랫소리가 구슬처럼 길고 맑게 퍼집니다.
지난날에는 온나라 어디나 시골이었습니다. 이른바 ‘서울’조차 사람이 조금 더 많고 임금집이 있을 뿐, 서울사람도 으레 논밭을 지으면서 아이를 돌보는 살림이었어요. 이제 ‘서울사람’ 가운데 가끔 텃밭을 하는 분이 있되, 거의 모두 논도 밭도 들도 숲도 메도 잊은 채 쳇바퀴를 돕니다. 제비꽃이 피건 말건, 제비가 돌아오건 떠나건, ‘바빠죽’고 ‘힘들’면서 ‘집값’하고 싸워야 하는 판입니다.
일본에서는 아이한테 ‘스미레’라는 이름을 짓는 어버이가 무척 많습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이한테 ‘제비’나 ‘제비꽃’ 같은 이름을 거의 안 물려줍니다. 아니, 아예 안 물려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낮에는 동심읽기 모임을 꾸리고서, 곧장 영화읽기 모임을 폅니다. 오늘 우리는 지율 스님이 베푼 보임꽃 〈내성천 하늘을 날아오르다〉를 함께 지켜봅니다. 지율 스님은 늘 찰칵이를 어깨에 메고서 두바퀴(자전거)를 달리는 삶을 이을 줄 몰랐다지요. 고즈넉이 마음을 닦는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작은소리를 귀담아들어요. 마음빛하고 등지기에 작은소리를 등지면서 들소리·숲소리·멧소리·바다소리를 잃습니다.
우리는 예부터 참새랑 제비가 들려주는 노랫가락을 ‘지지배배’란 낱말로 담으면서 기리고 사랑했어요. 이뿐 아니라, 우리는 ‘둥지·둥우리’에 ‘보금자리’라는 이름으로 ‘새집’을 가리켰어요. 사람은 새 곁에서 살림을 일구면서 사랑을 느끼고, 사람은 새를 사이에 놓고서 샘물처럼 새롭게 흐르는 숨빛을 배웁니다.
부릉부릉 달리는 사람은 새를 잊고, 새터와 새집을 잃고, 새마음과 새말과 새노래를 팽개칩니다. 왁자지껄 시끌벅적 사람만 우글우글하면 새길을 잊고 새넋을 잃고 생각마저 사라져요.
새가 둥지를 짓고서 짝을 맺고 알을 낳아 돌보듯, 사람이 집을 일구고서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편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나 아름답습니다. 새가 모든 마음을 노랫가락으로 펴듯, 사람이 온마음을 온노래로 가다듬으면서 온말과 온글을 일군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나 빛납니다. 사람과 새(사이)는 말밑이 같습니다.
ㅍㄹㄴ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1》(콘노 아키라/이은주 옮김, 미우, 2023.7.31.)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2》(콘노 아키라/이은주 옮김, 미우, 2023.10.31.)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3》(콘노 아키라/이은주 옮김, 미우, 2024.1.31.)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4》(콘노 아키라/이은주 옮김, 미우, 2024.4.30.)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5》(콘노 아키라/이은주 옮김, 미우, 2025.2.28.)
#クジマ歌えば家ほろろ #紺野アキラ #AkiraKonno
《정원사 곰》(피브 워딩턴·셀비 워딩턴 지음/김세희 옮김, 비룡소, 2002.1.15.첫/2004.2벌)
#TeddyBearGardener #PhoebeWorthington #SelbyWorthington
《원전집시, 피폭 하청 노동자의 기록》(호리오 구니에/고노 다이스케 옮김, 무명인, 2017.3.11.)
《탈학교의 상상력》(이한, 삼인, 2000.9.7.)
《지옥의 섬 군함도》(김영숙 글·박세영 그림, 풀빛, 2017.6.20.)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공양희 옮김, 민들레, 2002.2.20.첫/2005.4.15.3벌)
#Making It Up as We Go Along #The Story of the Albany Free School
#ChrisMercogliano
《프레이리와 교육》(존 엘리아스/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옮김, 살림터, 2014.9.19.)
#PauloFreire #PedagogueofLiberation #JohnLElias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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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연출작 ‘내성천 하늘을 날아오르다’, 공동체 상영 모집
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41334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