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8.


《열다섯 살의 용기》

 필립 후즈 글/김민석 옮김, 돌베개, 2011.11.21.



새벽하늘을 보니 물방울구름이다. 구름이 짙어도 해가 가만가만 드는 하루이다. 아침에는 뒤꼍 풀을 신나게 벤다. 처음에는 가볍게 눕히려다가 이내 손맛이 들면서 낫을 못 놓는다. 낫을 놀리면서 여치를 만나고 무당벌레를 스친다. 풀섶에서 쉬던 매미를 마주친다. 이렁저렁 뒤꼍에서 낫질을 하고서 마을길 풀을 베다가 왼손가락을 콕 찍는다. 아차, 안 쉬면서 일했구나. 모싯잎으로 생채기를 감싼다. 석벌쯤 모싯잎을 갈아붙이니 피가 멎는다. 낮에는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나온다. ‘책·만화·영화·SF’를 놓고서 한참 수다꽃을 피운다. 큰아이는 “요즘 사람들은 이야기를 모르고 꿈이 없고 사랑을 안 배운다”고 말씀한다.


《열다섯 살의 용기》는 대단히 아리송하다. ‘클로뎃 콜빈’이 “숨은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로자 파크스’를 깎아내리고 ‘마틴 루터 킹’을 깔보는 줄거리로 흐른다. 이 책은 첫줄부터 끝줄까지 “열다섯 살 클로뎃 콜빈”이 “1950년대 흑백차별 철폐운동 한복판”에 했던 “아이 있는 백인중년남성과 몰래 짝을 맺어서 아기를 밴 일”을 꽁꽁 숨긴다. “흑백차별은 옳다”고 밀어붙이던 “백인미국사회”는 “클로뎃 콜빈처럼 청소년 나이에 가정 있는 40대 백인남성과 짝을 맺어서 아기를 밴 일”을 사납게 물어뜯으려 했는데, 이런 발톱질을 막아주고 지켜준 사람들(로자 파크스·마틴 루터 킹)이 거꾸로 ‘버스운동 영웅을 가로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는군나.


“바른소리(정의로운 주장)”를 내어 “숨은 영웅 되살리기”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아이’를 아이로 보기보다는 ‘여성·남성’으로 자꾸 가르려고 하는 줄거리이다. 이러한 책은 ‘페미니즘 청소년 인문서’라고 하기 어렵다. 오히려 ‘페미니즘을 갉는 굴레’이다.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못 그릴 뿐 아니라, 함께 살림하는 길하고 등진 줄거리로 어떻게 ‘페미니즘·평등’을 외칠 수 있을까. 그저 딱하다.


#ClaudetteColvin #TwiceTowardsJustice #클로뎃콜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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