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8. 낫손가락
작은아이가 뒤꼍을 푸르게 돌보시는데 요새 풀베기가 힘든가 보다. “뒤꼍에 풀을 베야겠는데요?” 한다. 오늘 낮에 조용히 뙤약볕을 즐기며 혼자 천천히 낫질을 한다. 눕힐 풀을 눕히고 벨 풀을 벤다. 여치가 옆으로 날기에 푸른날개를 바라본다. 무당벌레가 풀잎을 쥐고서 나를 쳐다보기에 낫질을 멈추고서 마주보는데 땀방울이 무당벌레 옆으로 톡 떨어진다.
모시잎을 잡은 매미허물을 본다. 나무줄기가 아니어도 이렇게 풀포기를 잡은 매미허물이 많다. 우리집 매미는 여름노래를 우렁차게 베푼다.
고샅에 돋은 풀까지 베다가 낫으로 손가락을 톡 건드린다. 이크. 안 쉬면서 낫질을 했구나. 숨 좀 돌리고서 하면 손가락을 안 찍을 턴데. 모시잎으로 생채기를 감싼다. 피가 멎는다. 낫질을 더 한다. 다시 피가 난다. 모시잎을 새로 따서 붙인다. 피가 다시 멎는다.
오늘은 구름이 걷히면서 해가 난다. 해를 보며 빨래를 널고, 씻고 또 씻는다. 지난 2017년에 태어난 책을 되새기며 노래 한 자락을 적어 본다. 시골이란, 풀빛으로 책을 읽고서 나비한테서 책을 배우고 새한테서 책을 익히는 살림터라고 느낀다. 풀꽃나무하고 마음으로 얘기할 적에 새책이 깨어난다. 바람소리에 묻어난 바닷소리를 느낄적에 새눈을 틔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