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31.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글/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2020.11.26.



큰아이하고 부산마실을 간다. 이른아침부터 논두렁을 따라서 옆마을로 달린다. 풀죽임물을 뿌리는 냄새와 소리가 가득하다. 함께 쉬면서, 버스에서 눈을 감고 꿈을 그리면서, 부산에 닿아 추운 전철로 움직이면서, 나무그늘을 찾아서 샛밥을 먹으면서, 이윽고 한동안 등허리를 펴고서, 우리 발걸음을 되새긴다. 19시부터 〈책과 아이들〉에서 ‘책집 글힘―인천 50년 헌책집 아벨서점 책지기님과 이야기꽃’을 꾸린다. 헌책집을 쉰 해 남짓 가만히 이어가는 손끝에서 어떤 숨빛이 피어났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는 자리이다. 우리 둘레에 “어른이 많다”고 본다. 그저 우리 스스로 어른을 등돌리거나 안 쳐다볼 뿐이요, 누구보다 “나도 너도 우리도 나란히 어른”인데, 나부터·너부터·우리부터 어른스럽게 피어나려는 길을 안 걸으려고 할 뿐이다. 《일인칭 단수》를 한밤에 읽었다. 어느 대목은 글이 빛나는 듯하다가도, 9/10은 밍밍하거나 자랑으로 뒤덮이다가 어영부영 끝맺는다고 느낀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글을 못 쓰지” 않는다. 늘 ‘나(글쓴이)’를 놓고서 말하는 듯하지만, 정작 ‘나를 보는 나’가 아니라 ‘남을 구경하는 눈치’에 머문다고 느낀다. 굳이 어렵게 말을 꼬아서 “일인칭 단수”라 할 까닭이 없이 “난 뭐지?”라 말하면 된다.


#村上春樹 #一人稱單數 (2020년)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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