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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ㅣ 문학동네 시인선 184
고명재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8.4.
노래책시렁 506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고명재
문학동네
2022.12.15.
글보람(문학상)을 누리고 싶다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글을 보낼 수 있습니다. 글빛을 살리고 싶다면, 이웃하고 글종이를 나누면서 하루를 노래할 수 있습니다. 글보람에 얽매이기에 벼슬(대학교수)을 얻기 쉽습니다. 글빛을 사랑하기에 온누리 뭇사람과 뭇풀과 뭇나무와 뭇새를 이웃으로 삼으면서 오늘을 노래합니다.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를 먼저 읽고서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을 읽었습니다. 두 책을 나란히 읽어야 글쓴이가 왜 이런 글감을 잇는지 엿볼 만합니다. 또한 왜 ‘글쓰기’가 아닌 ‘글꾸밈’에 스스로 가두는지 들여다볼 수 있기도 합니다. 흔히들 ‘먹고살아야’ 하기에 이런 일과 저런 일을 한다고 여기지만, ‘일’하고 ‘먹고살기’는 다릅니다. ‘벌이(돈벌이)’를 바라보기에 ‘먹고살기’로 기울고, ‘일’을 마주하기에 ‘살림·하루·오늘·너나’라고 하는 길을 바라보면서 삶을 지어요. 돈벌이는 안 나쁘되, 언제나 우리 스스로 가둡니다. 일이란 좋음이나 나쁨이 아닌 오롯이 삶이면서 살림빛입니다. 바람이 일고 바다가 일듯, 쌀을 일어서 밥을 안칩니다. 스스로 일어서기에 새롭게 일어나고, 함께 일으키기에 나란히 피어납니다. ‘문학’이 아닌 ‘삶글·살림글·사랑글’이면 넉넉합니다.
ㅍㄹㄴ
가장 아름답게 무너질 벽을 상상하는 것 / 페이스트리란 / 구멍의 맛을 가늠하는 것 (페이스트리/32쪽)
노르웨이 북쪽의 푸른꼬리나방은 광석을 뜯어먹으며 성장하는데 산화구리철 때문에 날아간 궤적이 파랗게 반짝인다고 그건 신이 우주를 만든 이야기 같다 (어제도 쌀떡이 걸려 있었다/38쪽)
베란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펼쳐둔 금귤을 보는 게 좋다 / 귤 말고 금귤의 덩치가 좋다 / 금관악기에 매달리는 빛의 손자국이 좋다 (엄마가 잘 때 할머니가 비쳐서 좋다/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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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고명재, 문학동네, 2022)
온 세상이 멸하고 다 무너져내려도
→ 온누리가 무너져내려도
→ 온누리가 망가져도
5쪽
연의 아름다움은 바람도 얼레도 꽁수도 아니고 높은 것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 아름다운 나래는 바람도 얼레도 꽁수도 아니고 높이 잇는다는 느낌
→ 아름다운 바람나래는 바람도 얼레도 꽁수도 아니고 높이 닿는다는 느낌
10쪽
찜통 속에 삼겹살을 넣고
→ 찜통에 세겹살을 넣고
11쪽
개화전선(開花前線)은 탄산처럼 북으로 넘치고
→ 꽃금은 보글보글 높이 넘치고
→ 꽃줄은 바글바글 높이 넘치고
19쪽
모래에 닿은 해변의 파도와 같다
→ 모래에 닿은 물결 같다
→ 모래에 닿은 바닷물 같다
→ 모래에 닿은 바닷방울 같다
29쪽
복수(腹水)를 안고 뒤뚱뒤뚱
→ 뱃물을 안고 뒤뚱뒤뚱
31쪽
그는 다한증 때문에 여름이면
→ 그는 땀앓이 때문에 여름이면
→ 그는 땀 때문에 여름이면
40쪽
나는 사람을 넘어 존재가 된다
→ 나는 사람을 넘어 내가 된다
→ 나는 사람을 넘어 빛이 된다
→ 나는 사람을 넘어 별이 된다
4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