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20.
《뉘앙스》
성동혁 글, 수오서재, 2021.12.3.
어제 하려던 싱싱칸(냉장고) 닦기는 오늘 한다. 열흘쯤 앞서 왼칸·오른칸하고 바닥·뒤·속을 뜯어서 닦았고, 오늘은 가운칸·밑칸을 뜯어서 닦는다. 아직 등허리하고 팔다리가 결리지만 신나게 땀을 뺀다. 이러고서 두바퀴를 몰아 논두렁을 달린다. 천천히 달리며 구름밭을 살펴본다. 멧비둘기하고 흰새를 스친다. 면소재지에서 수박 한 덩이를 사서 더 천천히 돌아온다. 저물녘에 다시 빗방울이 듣는다. 《뉘앙스》를 읽었다. 아픈날 아픈길 아픈일 아픈글 아픈눈이 한 올씩 흐른다. 권정생 할아버지가 이 책을 읽었다면 “젊은이가 참 아프게도 살아가는구나.” 하며 눈물을 함께 흘리셨지 싶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아프고 함께 아프기에 천천히 살아나면서 어른으로 피어난다. 아프지 않거나 앓지 않으면 껍데기를 벗거나 깨지 못 한다. 알껍질을 깨려면 앓아서 새몸으로 태어나야 하고, 스스로 담벼락을 허물어서 어깨동무를 할 일이다. 새나라에서 감투(장관)를 쓰려는 이들을 보면, 하나부터 스물까지 허물투성이에 고름더미이다. 아프거나 앓아 본 가난길과 가싯길을 걷다가 “아프거나 앓는 이웃을 헤아리는 일자리”로 나아가려는 사람은 도무지 안 보인다. 다들 웬 땅과 재(아파트)와 쇠(자가용)와 돈과 그루(주식)가 이토록 많을까? 삯집(전·월세)이나 시골집에 깃들며 땀흘리던 사람은 왜 이토록 없을까? 똥이 묻건 겨가 묻건 티끌로 가득한 굴레이다. 권정생·이오덕·이우정·이효재·송건호·리영희 같은 매무새나 삶이 아니고는 감투를 안 씌워야지 싶다. 아픈눈물을 흘리는 노래님 곁에서 함께 걸어간 작은이웃한테 감투를 씌워 주어야 나라가 바뀐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