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18. 천둥하늘



  비는 ‘극한’도 ‘호우’도 ‘게릴라’도 ‘괴물’도 아닌 ‘비’이다. 여름비는 소나기이기도 하고 큰비나 함박비이기도 하다. 하늘은 늘 사람들 마음을 살펴서 비나 바람이나 벼락이나 눈이나 볕을 내린다고 느낀다. 서로 헤아리고 돌아보는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짓는 마음이 하늘에 닿으면 철빛이 눈부시다. 서로 미워하고 싫어하고 싸우고 불사르면 이 마음이 고스란히 하늘에 닿아서 펄펄 끓거나 메마르다.


  두 아이하고 〈숲노래 책숲 1021〉을 꾸려서 부친다. 모두 힘썼다. 나래터(우체국)를 들르고서 저잣마실을 한다. 구름과 바람과 제비를 본다. 나부끼는 걸개천을 흘깃 보고, 달날에 서울 가는 종이를 미리 끊는다. 큰아이는 틈틈이 책을 읽고, 나는 여러 일을 조금 수월히 본다. 큰아이는 짐도 나누어 든다.


  하늘이 파란비를 알맞게 뿌리기를 바란다면, 이제부터 비를 바라보는 말씨를 바꿀 일이지 싶다. 하늘이 쩌렁쩌렁 부아나기를 바란다면 미움말을 자꾸자꾸 쏟아내면 된다. 다만 하늘비라기를 푸르게 하는 이웃님이 늘어난다고 느낀다. 눈뜨는 나무처럼 눈뜨는 동무도 늘어난다고 느낀다. 눈을 뜨기에 귀를 틔운다. 눈을 뜨면서 마음을 연다. 눈을 뜨는 사이에 생각이 자란다.


  혼자 바깥일을 보러 나오면 길에서 걸어다니며 읽으려던 책은 한 쪽조차 못 펼쳤다. 집으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고서 읽으면 되지. 큰아이하고 집에 닿으니 빗줄기가 새로 듣는다. 저무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빗소리를 듣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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