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6.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
땡땡책협동조합 엮음, 땡땡책, 2014.3.11.
새벽에 일어난다. 비는 그치지 않는다. 이른아침에 옆마을로 걸어간다. 비를 반갑게 맞는다. 질머리(포두) 한켠에서 내린다. 이윽고 영남초등학교로 건너간다. 오늘부터 이곳 어린씨하고 노래짓기(시쓰기 수업)를 편다. 시골배움터 어린씨는 모두 스물넷. 시골배움터 곁은 제법 높다란 멧숲이고, 이 둘레를 부릉부릉 지나가는 쇳덩이는 드물다. 온하루를 멧새노래와 바람노래가 감돈다. 책을 펴지 않더라도 누구나 푸른살림을 온몸과 온마음으로 익힐 만한 터전이다. 여러모로 보면, 오늘 우리는 ‘틀(학교교육)’에 갇힌 나머지 ‘틈(자기표현)’을 잊는구나 싶다. 움·눈·싹은 ‘틀’로는 트지(움트지·눈뜨기·싹트지) 않는다. 집과 마을에서 내도록 노래하는 새가 누구요, 복숭아가 나무에서 어떻게 익어가며 수박은 밭에서 어떻게 꽃을 피우는지 눈여겨볼 적에 비로소 사랑을 익히고 알아간다. 6월 16일에 수박꽃이 노란 밭이되, 가게에 수박알이 나온 지 벌써 달포째이다. 뭐가 어긋난 ‘틀(제도권교육·문학·문화)’인지 못 알아채거나 안 알아보려 한다면, 우리가 바로 스스로 ‘틈’을 못 내면서 숨이 막힌다.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를 읽은 지 여러 해이다. 느낌글을 쓰려다가 그만두기를 여러 해 잇는다. 나쁜책은 아니나 여러모로 아쉽다. 섣불리 내놓은 책이라고 느낀다. 더 삭이거나 오래 들여다본 다음에만 써야 하지 않으나, ‘핵발전소는 나빠!’ 하나만 붙잡으려고 하면 갈피를 못 잡게 마련이다. ‘어떤 전기를 써야 하느냐?’ 하고 외치기 앞서 ‘전기를 왜 쓰지?’부터 짚을 노릇이다. 우리가 서울에 우글우글 모이는 굴레가 아닌, 저마다 제 고장과 마을과 시골과 들숲메바다에서 살림을 잇는다면, 핵발전소는커녕 크고작은 발전소가 없어도 될 만하다.
이제라도 조금 더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수박꽃이 여름에 피는 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여름에 꽃이 피는 수박을 한봄이나 늦봄부터 열매로 먹는다면, ‘핵발전소’는 저리 가라 할 만큼 커다란 고름덩이를 우리 스스로 키우는 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