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30. 하루아침에
부산사상에서 07:00 시외버스를 타려고 05:59 부산전철을 탄다. 큰고장에서는 일찍 움직여서 첫 시외버스를 어렵잖이 탈 수 있다. 시골사람은 으레 02∼03시에 하루를 열지만, 이맘때에 다니는 시골버스란 없다. 일찍 여는 벼슬집(관공서)도 없다. 머잖아 나흘일(주4일노동)이 자리잡을듯한데, 시골사람은 어찌해야 한다는 뜻일까? 더욱이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은 어쩌란 뜻일까? ‘집안일’은 “한 해 내내 + 하루 내내”이다.
풀은 달날에도 흙날에도 자라고 쉼날에도 한가위에도 자란다. 아이들은 불날에도 해날에도 자라고 한글날에도 자란다. 일을 알맞게 가르거나 나누면서 하는 길이란 무엇일는지 살필 때라야, 아이도 어른도 튼튼히 제자리에 서게 마련이다.
어제 ㅁ 이야기를 폈다. ㅅ과 ㅇ도 대단하지만 ㅁ도 물줄기처럼 줄줄 흐른다. 하루아침에 다 여미지 않는다. 천천히 하나씩 여미면서 매듭을 지어간다. 곧 싹틀 풀포기처럼, 이윽고 움틀 망울처럼, 새벽마다 맺는 이슬처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