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0.
《우리는 절망에 익숙해서》
희석 글, 발코니, 2024.3.25.
구름날이다. 사이사이 해가 들고, 바람소리와 새소리와 개구리소리가 가볍고 가늘지만 고루 섞이면서 흐른다. 해마다 새와 개구리와 풀벌레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구나 싶지만, 아직 우리 곁에 제법 있다. 마당에 서서 후박꽃내음을 맡으면서 구름바라기와 해바라기를 하노라면, 어느새 제비가 머리 위로 휘익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간다. 제비씨는 굳이 머리 위에서 바람소리를 힘차게 내면서 날아간다. 나도 제비도 서로 느끼고 알아본다. 오늘은 날이 축축하기에 빨래를 쉰다. 작은아이는 이제 설거지를 ‘조금’ 할 줄 안다. 다들 나날이 조금씩 돋아나고 깨어난다. 《우리는 절망에 익숙해서》를 처음 펼 적에는 제법 읽을 만하겠거니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갈피를 못 잡은 듯싶다. 처음 잡거나 세운 길이 흔들린달까. 이른바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 “갈피를 못 잡는 사람”만 있다. 갈피를 잡으려면 까칠한 말을 귀담아들을 노릇이다. 맞춤길이나 띄어쓰기는 틀려도 된다. 스스로 남겨서 나누려는 이야기만 보아야 한다. 먼저 “내가 나로서 살아낸 이야기를 내 눈길과 손끝으로 풀어낸” 다음에 글손질을 하면 된다. 그런데 글손질과 글꾸밈에 마음을 빼앗기면 어느새 갈피를 잊고 갈곳도 잃은 채 헤매더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