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9. 두 이웃
어버이날이라던 어제 부산에 와서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서 펄 다섯 가지 이야기꽃을 어느 날짜에 할는지 가다듬었다. 서로 좀더 헤아리면서 즐겁게 어울릴 신나는 날을 잡는다. 이렇게 하고서 마감글을 살폈고. 숨돌린 뒤에 저녁수다를 하다가 두 나라 이웃님을 만난다. 두 분은 푸른별을 고루 돌면서 춤꽃을 펴는 길을 걸어간다고 했다. 두 분하고 두런두런 말을 섞다가, 두 분 이름을 듣다가, 문득 마음으로 떠오른 넉줄글이 있다. 얼른 한글로 적고서, 이윽고 일본말과 영어로 옮겨적는다.
말이란 늘 마음이다. 읽거나 들으면서 주고받는 마음을 말소리로 옮기고, 이 말소리를 새삼스레 글줄로 새긴다. 여태껏 서로 걸은 길은 다르지만, 푸른별에 사랑씨앗을 심는 마음은 나란하다고 느낀다. 우리는 몇 마디 말과 글을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서로 다르지만 나란히 푸른별을 일구고 가꿀 손끝과 눈빛을 헤아린다.
간밤에 빗소리가 굵다. 새벽에도 아침에도 낮에도 빗줄기가 시원하다.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은 빗길이고, 이 비내음과 비노래를 머금으면서 홀가분하다.
나는 이웃을 만나려고 바깥일을 한다. 나는 동무하는 마음으로 함께 살림을 짓는 곁님과 아이들하고 보금자리를 돌본다. 너는 누가 이웃이니? 너는 어떻게 동무하는 마음으로 보금자리를 보살피니? 마음 한 자락을 나누면서 생각이라는 씨앗을 함께 받는 오늘을 살아간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