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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소녀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심이슬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6년 9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5.4.
만화책시렁 747
《운명의 소녀》
야마시타 토모코
심이슬 옮김
삼양출판사
2016.9.5.
‘바보’란 모자란 채 머무르는 사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모자란 채 머무를 적에는 ‘멍청이’라고 합니다. 아직 모자라 보이나 조금씩 스스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깨어나거나 거듭나려는 사람이기에 ‘바보’라고 합니다. 허물과 허울을 녹이면서 새로 피어날 수 있기에 바보라면, 허물과 허울을 끝까지 붙들려고 하면서 굳어버리려고 하기에 멍청이라고 할 만합니다. 《운명의 소녀》는 바보하고 멍청이 사이에 있구나 싶은 아이들이 나옵니다. 조금 더 지켜보고 기다리면서 꿈을 바라면 될 텐데, 코앞에 있는 모습에 지나치게 얽매이기에 그만 기우뚱하거나 흔들려요.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서 스스로 가꾸고 사랑하는 하루를 누리면 될 텐데, 바로바로 해내거나 다가서야 한다고 달리기에 그만 자빠지고 고꾸라지다가 웁니다. 씨앗은 섣불리 일찍 깨어나려고 하지 않습니다만, 그만 일찍 깨어날 적에는 갖은 비바람과 뙤약볕을 고스란히 맞아들입니다. 기꺼이 누리고 받아안으면서 새롭게 자라기에 씨앗이에요. 눈물은 이슬이면서 빗물과 같습니다. 햇살은 빛살이면서 화살로 꽂힐 수 있습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려고 하면 언제나 스스로 갈가리 찢기게 마련입니다. 두 조각으로 내려는 나누기가 아닌, 함께 누리려는 나눔으로 갈 적에 눈을 뜹니다.
ㅍㄹㄴ
“‘어떻게 이 녀석은 어쩜 이렇게 바보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요시유키 씨, 코다이가 불쌍해요.’ 그렇게 말했어요.” (14쪽)
“저기, 이런 질문, 하면서 바보 같지 않아요? 저 같은 어린애가, 여자가 그렇게 어렵고 잔혹하고 무서운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62쪽)
“너는 만약 내가 여자였으면 날 좋아했을까?” (12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